살며 생각하며

중절모 아저씨 하루

마음의행로 2015. 3. 15. 09:25

같이 다녔던 직장 친구로 부터 청첩장이 왔다

장남 결혼식에 대한 것이었다

요즈음은 70에 자식 결혼식도 흔하여졌다

혼례가 보기드문 전통 혼례식 이었다

벌써 어려서 보아온 그 식의 행사가 엿보였다

신랑의 입장은 동산에서 내려오는데

앞에 검정 그물같은 네모진 망을 들고

얼굴을 가리우고 등장이다

신부는 쪽두리에 색감있는 상하의가

뫙의 부인이라도 된듯하다

신랑의 절에 마추어 신부 절이 따른다

어찌나 정갈하고 품결이 보이는지

옛 우리 것에 대한 아낌없는 고결함까지

포함해서 찬사를 보냈다

사진을 좋아하는 터이라

옛 사진에 괸한 책을 열어 보았다

식장에서의 특별함을 고려하기 위한

준비였다

전 직장 동료들이 많이 찾아 왔다

식장은 한옥으로 높은 기와집에

연못을

가진 정원 조그마한 뒷 동산

사방으로 둘려 쌓인 한옥 기와집 마당 한가운데서

식은 이루어 졌다

얼마나 소중한 우리 전통 혼례식인지

가슴이 설레이었다

신부의 모습 신랑의 기개 하객의 정숙함

더 없이 좋기만 한 혼례식이었다

가깝게, 떨어져서, 조리게 우선, 셧다 우선

분할평균, 스팟 측정, 인물중심, 풍경중심 시진을

변경하여 가며 다소 바뿐 움직임으로

혼례의 모습을 놓치지 않기 위해

색감과 구도 셧다 스피드 명암을 조절하였다

혼례복은 정말 아름다웠다

왕과 그 왕비 그 자체이었다

양가 부모의 기품 있는 모습도

돗 보였다

잘 모르던 직장 동료들이 깜짝 놀란다

중절모에 카메라에 체크 상의에

바로 알아보지 못하였던가 보다

반응은 다양했다

어 어 누군가싶었지

모자가 멋있네

좀 젊어 보이네.

그 모자 계속 쓰고 다니소

이건 쭈욱 잡아 당기는 거지

하며 렌즈를 잡아 당기는 시늉을 한다

중절모는 정장에 키가 크고 머리형이

긴 사람에게 어울린다

조금 둥근 나에게는 덜 맞는 체형이다

늘 쓰고 다닌다면 받아 낼 것이다

허지만 그 무엇보다 중절모 갓 안에

조그마한 나의 세상 비밀을 넣어 두려고 한다

나이들다 보니 주위 신경보다

나 자신의 주관이 더 중요하게 되고

소위 고집스러워졌다고나 할까

중절모 이저씨는

사진사로 여러 사람에게 각인을

시킨 하루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극히 나의 일부분인데도....

오늘은

뽀샾에 하루를 즐겁게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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