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김밥

마음의행로 2015. 2. 24. 05:00

김을 옛날에는 해우라 불렀다

당시의 김은 바다 바위에서 자란

바위 이끼를 긁어서 만든

소위 자연산이었다

요즘 해우에 가까운 김이 있어서

사다 먹어 보고 있다

모양새가 한 쪽이 더 길어

여섯 쪽으로 잘라 먹어도 되고

아니면 크게 네 쪽으로 나누어

먹어도 된다

김은 자양분이 많은 서.남해 상에서

많이 난다

그 자양분은 중국 황하강에서 내려오는

미세한 흑먼지가 우리 해안까지 밀려와

그게 미생물과 섞이여

갯펄이 되고

갯펄은 해산물과 고기들이 자라는데

필요한 여러 성분이 된다

이 갯 펄은 서해안 기름 유출 사고시에도

기름과 싸워 이기었다

위대한 힘이었다

기름마져 삭이어 뻘로 변하게 하고 만 것이다

김은 무엇과도 잘 어울리는 식품이 된다

김치와 싸서 먹어도 별미이고

굴을 싸서 먹어도 별미가 된다

어떤 반찬을 싸서 먹어도 제맛을 살려 내는

만능 쏘스같은 존재이다

김은 세계 모든 사람이 즐겨하는

신비로운 식품이 되었다

어려서 김 한 장에

밥 한 숟가락 넣고

조선 간장에 고추가루 살짝 뿌리고

참기름 띄워 만든 기름 간장을

밥에 조금 넣고 먹었던 그 맛은

잊을 수가 없다

하롯불에 한 장 한 장 구워서 가위로 잘라

아껴 먹었던 그 김

허나 요즘 김은 자연산이라고 하지만 예전 해우 맛이 나지를 않는다

자연산이라는 개념이 달라

자세히 보면 대 부분 재배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김을 싸 먹으면 왠지 행복하다

또 그리웁다

아저씨 같은 맛이 난다

우굴 우굴 모여서 먹는 시골 밥상에

기쁜 편지 한 장 들고 오는

우체부 아저씨 같은,

신사도 됐다가 농군도 됐다가

자전거도 탓다가

뚜벅 뚜벅 걸어서도 왔다가

그 집에서 밥 한끼 같이 섞이어

맛있게 먹고 가는

싸릿문 골목길에 따뜻한 정 남겨 주는 우체부 아저씨

완전 감칠 맛도 아니고 싼듯한 맛도 아닌

그렇다고 된장 맛은 더 아닌

먹어 없애 버리면 안 될 것 같은

입 안에 계속 머물르면 좋을 것 같은

삼키면 아쉽고 입에 있으면 넘기고 싶은

단 침을 만들어 잇빨 사이를 끼고 돌아

입 안을 맴 도는

목구멍을 즐겁게 하는 그 맛

한 톳 백 장에서 빼 먹고 나면

몇 장 남았나 셈하며 보는

미련 남기기를 좋아 하는 김

오늘따라 할머니가 싸 주시던

그 김밥 생각이

너무

그리웁고도 그리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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