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OB 모임

마음의행로 2011. 1. 10. 04:09

  두 달에 한번씩 있는 OB  모임

같은 직장 같은 터에서 서로 다른 일들을 해왔던 사람들,

젊을 때 모습에서 5.6.7순 얼굴들

둥글고 길고, 높고 낮고 크고 작고 익은 낯들

나물 반찬들이 이 그릇 저 그릇에 담겨 올려진 

한 상 위의 그릇 같은 방이다.

 

동배에 가까운 연륜끼리 가까이 앉고

들어오면서 한 바퀴 돌아 인사를 마치고

옛 내 자리라도 있는듯 둘러보고 가서 앉는다.

이 사람아  내 옆으로 좀 앉게나......  

되 돌려진 서류는 없다.

지새우는 밤도 없다.

한 발 앞 뒤 가던 승격의 감격과 애환도 없다.

 

참새 대나무 가지에 앉아 

무수한 세월 이야기들 한 방 가득하고 

상사 동기 옆에서 조용히 건너지는 술잔에 스며버린 희노애락

회포 풀어낸 큰 마당이 이 밤과 함께 저문다.

점점 낮아진 톤엔 옛 어르신 같은 목소리로

건강과 다음 맞남 예약한다.

 

뭉겨져도 나를 받아 낸 문턱 밑의 신발들

윤도 있어 단정하고 없어도 넉넉한 아내같은 신발

누군가 그런다  "제일 좋은 신발 골라 신고 가거라"

내 아닌 다른 곳에 발을 묻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래 !!

내 신발이 제일 좋은 신발이지 !!

자기를 실은 배는 가느다란 고동 소리를 골목에 남기고

하나씩 길을 찿아 떠난다.  

 

안녕히 가세요.....  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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