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사용하다 말았는지도 모른
전화기 줄을 당겨 본다.
먼지 구덩이 속에서 나오는 줄에
떡고물처럼 먼지가 엉겨 있다.
희망의 가닥을 당겨보는 것은
영영 끊겨 버러지지 않았나 확인하기 위해서다.
목마름에 길을 잃고 헤매이던 끝에
기억이 하나 떠 올랐다.
판에 박혀 있는 숫자를 하나씩 조심스레 돌려 본다.
받아 주실까?
너무 오래라서 미안하고 송그스럽고
허지만 마음 진지하다.
그래 뵙고 싶었다.
내가 편하고 즐거울 때는 잊고 살았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접니다.
말씀드릴께 있어서요....
조용하다.
그리고 그동안의 내용을 이야기로 전한다.
이쪽 말을 들어 주시던 아니든...
줄이 가늘게 떨고 있다.
오늘 나는 이렇게나마
당신에게로 연결지어 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용서와 바램을 이야기 한다.
전화를 하는 편도
끊는 편도
모두 나의 몫이다.
바쁘거나 고통스러울 때보다 행복할 때도
벨을 더 울리겠다고...
조그마한 약속은 언제나 살아 있을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