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배려의 마음이란

마음의행로 2010. 10. 3. 13:38

  아침에 아파트 벨이 울렸다.

습관적으로 아내가 나가면서 누구세요? 하면서

밖을 내다보는 조그마한 렌즈 구멍에 눈을 댄다.

밖에서 들리는 아주머니 목소리다.

"어제 이사 온 앞집인데요"

문을 아내가 열어 본다.

"아주머니 이사와서 아침을 못했는데 밥이 있으면 한 그릇 주실래요?" 이사 온 아주머니 이야기 이다.

"어머 그러세요 들어오세요"

잠간 이야기를 나누고 밥을 들려 보낸다.

 

얼마 후 아내가 그런다.

"여보 세상에 이사왔다고 아침을 못했으니 밥 한그릇 달래는 아줌마는 처음 볼꺼야"

그런데 솔직한 아줌마 같애, 꾸밈없이 사실대로 이야기 하는 것을 보면...

 

그 앞집 아줌마 그 뒤로 스스럼 없이 와서 이야기 하는 사이가 되었다.

상당히 잘 사시는 분이었다.

그러던 분이 무슨 일인지 가계가 점점 기울어져 가기 시작하는데

유명한 서울의 아파트도 두채씩이나 날아가더니 마지막 남은 아파트 마져 팔고

점점 외곽으로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연락은 일년에 몇번 정도 잊지 않고 꾸준하게 왔고

아내와는 가끔 만나서 이야기 하고 만나곤 했다.

아내한테 자기 심정을 사실대로 부끄러 하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러하고 나면 한결 마음도 가벼워 진다고 하면서

언젠가 부터 그런 아내를 언니라고 부르고 있었다.

 

한동안 연락이 끊기더니 오랜만에 아내에게 전화가 온 모양이다.

서울 외곽인 경기도로 이사를 했는데 집안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하면서

언니한테 전화를 하려고 해도 내가 좋은 일이 있어야 좋을텐데

내가 그런 일이 없으니 나의 나쁜 氣가 언니한테 전해질까봐 전화를 못했다고 한다.

 

아내가 혜라 엄마를 만나고 들어와서

요즘 사는 것이 어려워졌지만 나에게 그런 예쁜 마음을 가진 것을 보니

마음 한편으로 찡했다고 이야기를 나에게 전한다.

 

세상을 살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살지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라는게 이런 것이 아닐까?

그 말 한마디가 얼마나 고마운 이야기가 되었는지...

참 고마운 이웃으로 왔다가 떨어져서도 맘 고운 이웃으로

오래 오래 서로 남기를 기원해 보며

그 집안에도 다시 평온을 찾는 기회가 꼭 오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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