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생수의 맛 알기까지

마음의행로 2010. 10. 14. 00:22

  한 이년 되었다.

산에서 내려오다가 약수터에 여러 사람이 물을 담아가는 것을 보았다.

파란 생수통을 가지고 온 사람, 우유병 930ml 짜리를 씻어 온 사람,

하얗고 큰 프라스틱 병을 몇개나 가지고 온 사람..

 

우리도 보리차를 마시고 난 우유병에 한참을 기다린 후에

생수를 담아 집에 왔다.

물을 담기 전에 파란 프래스틱 표주박에 수도 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먼저 맛보게 되었다.

 

우리는 그 때 그 물 맛으로 지금까지도 그 물을 마시고 살아 가고 있다.

물맛을 이야기 하면 글쎄 좋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하고 전엔 마셨었다.

 

배불러도 맛을 즐겨서 많이 먹고

차라리 고생을 하는 편을 택했던 시절을 보내고

먹는 량이 점차적으로 줄어 들어가며,

몸무게와 줄어드는 허리 사이즈를 느껴가면서 부터

물의 맛을 차차 느껴가게 되었던 것 같다.

 

산에서 나오는 생수를 뜨려면 어린 시절이 생각 난다.

비가 좀 오고 나면 진흙속에서 꾸물 꾸물 나오는 물이다.

도저히 나올 구멍이 없을 것 같은 흙 구멍속에서

어떻게 나오는지 신기해 했던 그 물 

 

나는 맹감나무 잎을 따서 오무려 그 물을 마신적이 여러번 있었다.

흙 내음도 조금 섞여 있었으나 이 보다 더 순수한 물은 없을 것이라 믿었다.

 

생수를 마시기 까지는 몇차례의 테스트를 거쳤다.

 

생수는 한달을 병에 두고 나서 먹어도

물이 변하지 않아야 하고 병에 이 물질도 생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수도물은 변하는 기간이 일주일도 못간다는 것을 증명을 했었다.

그러고 나서 생수가 좋은 것을 확신하게 되었고

그 물맛을 더 즐기게 되었다. 

 

물은 배고플 때 마셔야 그 맛을 알 수 있다.

내 몸이 받아들일 만한 가난함이 배속에 반컵 정도 남아있어야 한다.

 

말랑한 맨 몸으로 나와

세상의 색갈, 맛을 받아들이 않고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을 지켜가는  

그 생수의 맛을 알기는,

 

인생을 어느정도 알아가고, 부족함을 감사해 하고, 절약이 편하게 와 닿을 때가

아닌가 비로서 생각해 본다.  

 

그런 생수를 우리 부부는 지금 아주 즐겨마시고 있고

조금이나마 그 맛을 닮아지려고 하고 있는 것을

요즘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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