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헷 감자

마음의행로 2010. 7. 12. 13:21

  어느 봄날

닷마지기 밭 어덕진 곳에

세 두렁의 골을 내었다.

 

씨 감자 두었던 항아리를 열고

한 소쿠리 감자를 꺼내

눈이 있는 곳을 피해 칼로 절반을 나누고

자른 단면에 재를 묻혀

밭으로 갔지

 

두렁에 간격을 두고

호미로 파 내린곳에 감자를 뭍었다.

 

벌써 하지가 다가 오기에

밑이 얼마나 들었나 하고

감자 뿌리가 있는 옆을 호미로 긁어

감자 줄기를 하나를 들어 올렸다.

 

재색빛 흙이 포근 포근한게 감자가 많이 들었겠구나

느낌이 왔다.

뿌리가 나오더니 제법 밑이 큰 녀석도 있고

크기가 각기 다른 알이 일곱 여덟개나 들어 올라 왔다.

 

언젠가 어미닭을 아버님이 잡으실 때가 생각이 났다.

날마다 알을 낳던 놈이었는지

배 속에서 내일 낳을 알과 다음 다음을 기다리는

노란 알들이 수없이 들어 있었다.

 

흙속에서 나온 감자 알들은

따스웁기도 하고 김이 모락 나올것 같기도 하고

그 낯이

어쩌면 시인이 쓰는 어떤 단어 알처럼....

정감과 사랑이 알알했다.

 

금년에도 감자 밑이 좀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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