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포즈

마음의행로 2010. 6. 21. 17:25

  오후 햇살이 녹록치 않다.

아침에는 제법 서늘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푹푹이다.

 

몇 사람을 만나고 나서 만남에서 만남을 약속하고

즐거운 꿈을 꾸며 지하철로 향했다.

지하철은 항상 만원인 상태로 서울이 예전같이 편한 구간은 하나도 없다.

서서 다니는 것은 아무렇치도 않고 이런 낮에

서서라도 편히 가고 싶은 마음이다.

지하철을 갈아타고 역에서 빠져나오면 건물을 새로이 짓는다고

높은 펜스를 쳐 놓고 그곳에 친화적인 그림을 그려 놓은 곳이 있다.

 

아주 젊고 귀여울 정도의 남자애가 한발을 구부려 들고 옆으로 서서

양 손을 양쪽 허리께에 구부리고 손잡고 가는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그 앞에서 살짝 보니

예쁜 여자 친구가 카메라를 겨누고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 참이다.

 

내가 빨리 지나가기를 바래는 눈치다.

그래 조금 빠르게 통과하면서 포즈를 보니

펜스에는 어린 꼬마들이 손을 잡고 뛰어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남자애는 그 애들 중에 남자 애의 손은 잡고 있는 것 같이

손을 맞대고 포즈를 취하고 있었는데

아주 멋진 발상에 귀여울데가 너무 많은 광경이었다.

 

순간 나는 포즈 굿, 멋져하고 말해 주었다.

그런데 그 순간 장난기가 발동되어 아니 어쩌면 우리 딸애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빠의 싸이코 같은 장난기 섞인 말 일 것이었다.

 

나오는 말 " 그런 애도 하나 낳아요..!! "

뜻밖에 여자애가 까르르 웃더니 "고맙습니다".

이런다. 

좀 심했나 아직 미혼인것 같았는데....

나도 웃고 그 젊은애들도 웃고 그 순간이 모두 웃움 꽃을 만들었다.

나도 카메라를 자주 들고 다니면서 저런저런 상상을

하면서 돌아다니곤 하는데 좋은 영상이 나왔으면 한다.

 

그리고 정말 그 두 사람에게서 예쁜 사내애를 꼭 갖기를 빈다. 

오늘 오후처럼  덥기는 하지만 정겨움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일을

자주 만났으면 하는 꿈을 또 꾸어 본다. 

오늘 오후는 나에겐 즐거운 희망을 갖게했던 오후로

기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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