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지팡이

마음의행로 2010. 3. 14. 14:04

 예배 시작이 얼마남지 않는 시각이었다.

할아버지 한 분이 길다란 앉은 의자가 양쪽으로 놓여 있는 사잇길을 통해

이리저리 둘러 보시며 뒤에서 부터 앞으로 천천히 나오신다.

누구를 애타게 찾는 모습이시다.

 

의례 안내자가 있어 할아버지 앞으로 다가가서 여쭙는다.

할아버님 누굴 찾으세요..?

응 내 할멈이지.

어디서 잃어버리셨어요?

이리 들어오다가 ........

 

안내자가 할머님 이름을 묻는다.

할아버님은 대답은 아니하시고 계속 두리번 거린다.

이름도 불러본지 오래되어 기억도 못하실지 모른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할머니를 교회안에서 잃어 버리리라고는

생각도 못해 본 일 일 것이다.

 

예배보러 왔던 주변 교인들이 속으로 웃으워

쿡쿡 키득 키득 죽을 지경이다.

옆자리에 앉으신 할머니를 보니 더욱 더 죽겠다고 웃을을 참기어려워 하신다.

할머니를 잃어 버리시고 어쩔줄 모르는 할아버님 모습이

그 얼마나 우숩게 보이는 일인가?

속이 있는 양반들은 모두 우수웠을 것이다.

 

가만히 할아버님 얼굴을 살펴보니 한마디로 죽을 맛 표정이시다.

온 교인들의 시선은 온통 할아버님께 집중이 되었으니 어찌하랴....

 

할아버님!  우선 이리 앉으시고 예배 끝나면 할머니 찾으세요..?

내게는 성경책도, 찬송가도 없고

연보마저 없으니 하며 불안까지 겹쳐져 있으시다.

할아버지는 어찌할 수 없어 한자리가 비어 있는 자리로 안내 되었다.

아마도 예배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 올랐다.

외국에 데려가면 무섭다고 하던 노인들 혹 외국에 내려 놓고

와 버릴까봐 .....

이 할아버님 외국은 아니지만 함께 온 할머니를 잃었으니

타국에 와서 길을 잃어버린 심정이 아니었을까?

 

부부는 서로의 지팡이이다.

부족한 것을 짚어주고 그 지팡이에 의해 몸을 지탱하고

살아 가는 것이다.

평상시에는 그리 중요하지 않는듯하고 또 없어서는 아니될 사이이지만

서로를 이해하여 주지 못하곤 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진짜 인생의 지팡이를 잃어버리고 산다면

그 얼마나 인간의 웃음거리가 될 것인가?

이리 저리 흔들리고 동서남북을 모르고 어정쩡하고

인생의 방향을 잃었으니 가관이 아닐 것이다.

 

무심하게도 우린 우리 인생의 지팡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살아간다.

인생의 웃음거리가 되어 있어도 모르고 말이다.

인생의 지팡이가 어떻게 생겼고 없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아쉽고 하는지를

찾고 살아야 한다.

 

두번 오지 않을 인생의 길을

지팡이를 잃고 살아서는 아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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