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숨 소리

마음의행로 2009. 11. 24. 10:24

  토요일 친구를 예식장에서 만났다.

축하의 장이 끝나고 음식을 먹고 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 친구가 말했다.

음식이 곧 약이라고, 뭐에는 뭐가 좋고 뭐에는 뭐가 좋으니

챙겨 먹으라고... 건강 이야기를 평소에 늘하는 건강한 친구이다.

 

그런데 다음 월요일 안타까운 소식이 날아 왔다.

그 친구가 쓰러져 병원에 입원, 수술을 받았는데

식물 인간의 상태라는 것이다.

평소에 너무 건강했고 하여 정말이야고 물었다.

의사 선생님도 곧 회복이 될거라고 하셨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나도 변화가 없어 보인다.

 

너무 멀리 떨어져 가보지 못하고 가까이 있는 친구를 통해 소식을 접하고 있었다.

두달이 지난 후 서울에서 다소 가까운 한방병원으로 옮겼다고 연락이 왔다.

친구들과 협의 후 병 문안을 하러갔다.

병원에는 친구의 아내가 온 종일 병 간호를 하고 있었다.

1년에 한번 정도는 부부 동반으로 만나는 터이라 반갑기도 하지만

너무 어려운 일을 당한 처지라 가벼운 인사로 먼저 갈음을 했다.

여러 친구가 모여서 기도를 했다.

장로로 있는 친구에게 기도를 부탁했다.

우리는 모르나 하나님께서는 아시고 고치실 수도 있아오니

친구에게 힘을 주셔서 다시 일어 날 수 있는 은혜를 주시옵소서 라고 기도를 한다.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다 알아 듣는다고 말한다.

그래 손을 잡고 어이 친구 친구 누구 왔네.

어서 힘내서 일어나게, 우리 산에 한번 같이 가세 하며 손을 꼭 잡고 기운을 넣어 말했다.

그의 숨소리는 힘찼다. 절대 의식 불명이 아닌 상태 같아 보인다.

금방이라도 일어 날 것 같다. 희망이 바로 앞에 있는 것만 같았다.

그래 아내는 더욱 안타까운 것이다.

 

손을 잡으니 손에 힘이 옴을 느낀다.

이것 봐  힘이 오잖아, 그래 조금만 더 힘을 내라구...

친구는 말을 할 수도 표현을 할 수도 없다.

우리가 처음 볼 때 그는 두 팔이 더 떨리고 힘이 가 있어 보였다.

아마도 흥분이 됬지 않나 싶다.

한참을 지나니 그도 점점 평온을 찾아 가고 있었다.

안정감이 도니 친구들도 마음속으로는 서로 알아보고 만나게 됨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의식도 가진 친구가 왜 못일어 나는가??

알아보는 것과 일어나라는 명령을 내리는 뇌의 부위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의 숨소리는 더 편안해졌다.

 

우리가 쉬는 숨은 그리도 중요하건만

평상시 숨쉬는 것을 느끼지도 못하고 살고 있는 우리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이지도 느끼지도 않는 경우가 많다고들 한다.

정말 그러한 것 같다.

숨이 끊겼다면 이미 친구는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처지가 아닐 것이다.

 

우린 숨을 쉬고 살고 있다.

그러나 평상시 아무도 고맙거나 느끼지도 못한다.

살아 있음의 증명서,

숨 소리,

그 가벼움이 

오늘은 그토록 애달토록 고맙다.

 

그래 숨을 멈추지 말거라.

꼭 붙들고 있어라, 친구야 !!

그래야 우리 이 세상에서 다시 만날 것이 아니겠나 말이다.

그리고 꼭 일어 서거라.

 

우리 함께 큰 호흡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 뱉어 보자 친구야..

이리도 좋은 것을 기뻐하며 감사하며 쉬자구나.

우리 일어나서 함께 꼭 숨을 쉬도록 하자 친구야..

꼭 일어나게나.........

우리 같이 숨을 쉬어보며 웃어보자고

 

다음날 한가지 제안을 했다.

함께 갔다 왔던 친구들에게

오후 7시 동시에, 

친구의 회복을 위해

모두 함께 기도를 하자구

SMS로

 

'낙서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말엔 엄마가 있다.  (0) 2009.11.30
낙엽 길  (0) 2009.11.25
옛 일을 생각하며   (0) 2009.11.10
길 아래 길  (0) 2009.11.05
덕담은 이렇게  (0) 2009.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