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벌초 이야기

마음의행로 2009. 9. 20. 18:39

  추석이 가까와 지면 늘 생각해야 할께 조상 묘지를 가꾸는 일이다.

여름 내내 놓아 두었으니 풀이며 잡초들이 얼마나 우거졌을까?

걱정을 조금 하면서 가게 된다.

옛날에는 트럭을 타고 산 입구까지 가서 걸어 갔지만 지금은 묘지 입구까지 승용차로 가능하다.

낫이랑, 큰 나무 자를 가위하고 조그마한 가위와 호미를 준비하여 지참하게 된다.

모처럼 김밥도 싸고 물도 준비하고 커피도 한잔 준비하면 더욱 좋다.

이렇게 되면 한 세 시간 걸리는 벌초 준비가 다 끝이나고,

여기에 가을 소풍 기분을 조금 곁드리면 금상첨화이다.

 

아내와 가볍게 매년 갔던 길을 나선다. 애들 이야기랑 우리들 이야기랑,

밖에 나올때 도시에서 마셨던 공기를 모두 토해 내어 버리고 새로 마시는 좋은 공기 이야기랑...

옛날에 산소에 가기전에 또랑에서 가재잡던일, 산에서 밤줍던 일이랑 모두 떠오른다.

지금은 또랑도 많이 오염 되어서 가재도 없고 송사리도 없어졌다.

30여년 전에는 묘가 그리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오른쪽 왼쪽 산을 넘어넘어 까지,

심지어  아랫 골짜기까지 온통 묘지로 변하고 말았다.

 

올 때마다 우리는 어떻게 하여야 할까 이야기를 나눈다.

요즈음은 수목장이 좋겠더구만, 그런데 그것도 유행을 타면서 일반 묘지보다도 돈이 더 든다고 한다.

묘지는 일정 장소면 되지만 수목장은 나무 크기에 따라 면적이 나무의 몇배가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란다.

옆집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에 무덤에 혼자 들어가 있으면 답답하니까,

화장하여 할아버지 옆에 뿌려 달라고 해서 그렇게 했데 그래도 될까?

그건 할머님 유언이면 그렇게 해야하겠지!!

그 할머님은 종가집같은 가정에서 살아와서 평생 밖에도 잘 못나가시고 해서 묶여 있는게 너무 싫어하셨데..

그래 죽어서라도 자유롭게 해달라고 하신 모양이야...

이해가 가는구먼.. 자유를 많이 느끼셨으면 좋겠다  그 할머님 ....

 

산소에 도착하면 맨 먼저하는게 인사이다.

어머님 아버지 저희들 왔어요로 시작하는 기도에 애잔함이 들어있게 된다.

부모님 고생하셨던 일이 잠시 지나가고 하늘나라에서 손자들 잘되게 보살펴 주시라고,

건강하게 잘 살게하여 달라고 우리 주문에 바쁘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이렇게까지 살아 오도록 하늘나라에서 염려하여 주신 마음에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우리도 머잖아 부모님 따라 갈텐데 그동안 우리 하늘나라에서 잘 계세요 !!!

.

맨 먼저 묘지에 있는 풀 종류를 살핀다. 그 중에서도 잔디가 아니고 뿌리가 깊이 박히면서

잎새가 샌 풀이 있는데 이를 오래 놔두면 묘지를 망치게 된다고 어른들에게 수 차례들은 바라,

그것들을 우선적으로 뽑아낸다. 뿌리가 깊고하여 호미등으로 깊이 파들어가  뿌리를 캐내어야 한다.

이 뿌리들은 끝까지 뽑아 내야 하는데 조금만 남아도 내년에 새롭게 자라 새끼를 번지는 놈이다.

아마 이 일이 벌초하기 보다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아내는 묘지 위를 조심스럽게 가위로 잔디를 자르는데 아주 예쁘게 다듬어 내었다.

아주 익숙한 솜씨로 이제는 나보다 더 잘한다.

주변 나무까지 자르고 정비하고 나면 보통 3시간 반이 걸렸다.

내년에는 재초제를 한번 뿌려야겠어 이끼가 너무 많이 생겼고 낫이 잘 먹히지 않는 풀이 늘어나 힘이 많이 들잖아...

잘 끝나고 나니 점심이 기다리고 있다.

제법 힘든 시간을 보내고 난터라 밥이 많이 들어간다.

 

전에는 산소에 오면 분위가 좋았다.

가족들이 많이 와서 찬송을 부르고 기도를 하고 간단한 설교 말씀도 들을 수 있었다.

이곳 저곳에서 찬송을 하고 기도 소리가 산 주변을 돌았다.

예쁜 목소리도 있고 낮은 목소리, 애들의 맑은 목소리들로 산소 주변이 아름다웠었다.

대 부분 나이가 드신분들이 주가 되어 가족을 이끌고 왔기에 젊잖은 분위기였다.

서로 서로 위안을 삼기도 하는 그런 분위기였었다.

 

헌데 지금은 다르다.

맨 먼저 들리는 소리는 모터 돌아가는 소리이다.

위잉 위잉 소리와 함께 풀들이 잘리고 땅이 패이고 돌들과 칼날이 부딫치는 소리가 산을 울린다.

가끔 찬송 소리도 들리지만 많이 줄어들었다.

한쪽에서는 아낙내들의 웃음 소리가 왁자하다.

저분들은 누구일까? 아내가 물어 본다.

짐작컨데 어머니 아버지의 재산을 많이 받아 걱정없이 쓰고 사는 마나님들로 보이는 웃음 같아 ...

 

지금은 손자들도 잘 안보인다. 나이드신 자식들만 산소를 지키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니 산소가 한쪽으로는 기계음에 시끄럽고 한쪽으로는 웃음 소리 섞인 말 소리도 들린다.

세월이 흘러 가니 산소 주변 문화까지도 바뀌어 감을 알 수 있다.

카메라를 들고 계신분이 사진을 찍는데 벌초 내용을 인터넷에 올리면 그걸로 확인을 하는 시대이다.

 

낫을들고 산소에 와서 땀 흘려가며 잔디를 손으로 베고 풀을 뽑고 나무가지를 치고,

간단한 기도와 찬송으로 이루어진 문화가 옛것처럼 되고 살아져 버린 오늘,

뭔가 부족하고 정이 없어진 것 같고, 다정함이 없어진 것 같고, 성의가 없어 진 것 같고,

한 가족 행사 같은 의식이 없어진 것 같고 쓸쓸하기 까지 하다.

메 말라버린 듯한 나이든 어른들만의 벌초 분위기,

오늘 못내 서운함으로 다가 온다. 

 

어머님 아버님 저희들 갑니다.

추석날 함께 다시 들릴께요. 안녕히 계세요......

그래도 벌초를 하고 나면 억셌던 마음이 조금 풀리고 미안한 마음이 조금 가시고,

우리 애들에 대한 생각을 다시하여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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