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개구리

마음의행로 2009. 10. 8. 11:04

  애들 셋이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이었다.

우린 서울의 한쪽 기와집 동네에서 살았다.

그 동네는 집 장사들이 일률적으로 비슷하게 집을 지어 팔았던 곳이다.

정부에서 개발지를 만들고 여기에 일정 크기의 1층 기와집을 쏱아 놓았다.

처음에는 아마도 대단한 곳이 아니었겠나 상상을 하여 보게 한다.

 

이곳에 살면서 이웃과도 친하게 살아서 서로 바쁠 때면 모여서 일을 함께 도와 주면서 살았다.

정말 옛날 시골같은 분위기라고 해야 할 정도였다.

그 때만 해도 쌀 많이 사놓고, 연탄 300장 사 놓으면 마음이 든든하고 넉넉함을 잃지 않는 시절이었다.

누구하나 특별하게 잘 살아서 뽑내거나  티를 내지 않고 마음을 주고 받으며 이집 저집 돌아 다니며

이야기를 하곤 했었다.

 

대 부분 초등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참이라 이야기 할 내용도 비슷하고 많았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물질적으로는 좀 힘든 시절이었으나 정신적으로는 이웃간 서로 의지하고

살면서 행복이란게 좀 있었던 편이었다.

 

아내의 얼굴이 너무 몹씨됬다고 웃집 할아버님이 만원만 달라고 하여 드렸더니

손수 한약재를 구입, 지어 주셔서 이를 달여 먹고 몸이 좋아졌던 일,

월급날이 서로 달라서 돈 떨어지면 이웃간 서로 빌려주고 갚던 일,

가을 김장철이면 이집 저집으로 다니면서 서로 김장을 하여 주던 일,

생일이나 좋은 날에는 이웃을 불러 음식을 나누어 먹던 일,

집을 좀 비울 때는 현관 열쇄를 맡기고 집을 보아 달라고 하던 일 등등등

아내에게는 수 없는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와 일들로 재미나게 살던 곳이었다.

 

조금만 주변으로 나가면 논과 밭이 있어서 가을철에는 메뚜기를 잡아 볶아 먹기도 한 서울의 한 구석이었다.

집을 가지고 있지만 언제나 더 크고 좋은 집으로 옮기고자 꿈을 길을 수 있었던 때도 그때이었다.

요즘처럼 부모 도움없이 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거짓말 같이 되진 않았다.

5년만 모으면 더 좋은 집을 마련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먹고 입고하는 일에 절약을 참 많이 했었다.

주변에 많은 식당도 있었는데 외식도 몇번 가보지 못하고 앞만 바라보고 지냈다.

논에 나가 보니 벼들이 새파랗게 자라고 있었고 물 논에는 송사리도 살고 우렁이도 있고

지금 생각하면 환경 공해, 농약의 피해가 아주 적었던 아주 깨끗한 농촌이었었다.

그때 논에 들판에 뛰어 다니던 개구리를 잡았던 기억을 오늘 아내가 말한다.

 

아빠 !  그때 우리 개구리 잡아서 집에 와서 물에 끓이니 그 뿌연한 기름진 국물이 나왔잖아 ...

그걸 애들한테 먹였던 것 기억나?   아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다.

조금 어렵게 살았지만 나는 최선을 다 하고 살았다고 봐...

나는 그저 회사 일에만 전념을 다하고 살던 터이라 폭이 넓지도 못했고,

집안 일에 관심을 그리도 못주고 살았던 가장이었다. 

얼마나 뜨끔한 아내의 말이었는지...  가슴에 경련이 난다.

 

아내의 살림살이는 아마 누구도 따라가지 못할 솜씨라고 주위에서들 말을 듣곤 했다.

아내도 인정을 하고 있다.

그래 오늘 이 정도로  건강하게 잘 살수 있는 것도 모두 아내 덕이다.

 

대학 가기전까지 우리애들은 모두 건강하게 자랐다.

그후 여학생이라 온통 몸매 관리에 들어가더니 잘 먹지 않고 어느 때는 거식증이 보일 정도였다.

덕분인지 몸은 가늘어 졌지만,  애낳고 건강하게 잘 살지?  부모로서 의문이 가는 참이었다.

그렇게 감기도 잘 안들도록 길러 놓았는데... 하며  옛날 개구리까지 먹였던 추억을 더듬어서

오늘 내게 던진 이야기이다.

속이든 남편이었으면 그때 아내의 말 하나 하나가  나에게 화두가 되어야 했겠지만

아내의 지난 이야기에 지금 무슨 소용이 있으랴.....

개구리의 뿌연한 기름진 국물이 내 마음에 흘러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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