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여행을 가기로 했다.
그토록 오래 살아오면서도 함께 밖으로 나간 여행이 없다니 체면이 말이 아니다.
다행이 함께 가기로 결정을 하여 놓고 보니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었다.
나는 여러번의 해외출장을 통하여 간접여행을 할 수가 있었다.
84년에 아내와 제주도 여행을 한적이 있다.
처음으로 타보는 비행 여행이라 들뜨기도 했고 이것 저것 준비도 많이 했다.
그때는 반드시 주민등록증이 있어야 했는데 아내가 챙기는 것을 그만 잊어버려 부랴 택시로 집으로 달렸던 기억도 있다.
여행하면 여러 준비 중에서도 오래 남기게 될 사진을 찍는 일일 것이다.
제주에서는 카메라가 없었기에 택시 기사에게 부탁해서 기념 사진을 찍을 수가 있었다.
마치 신혼여행 사진처럼 말이다.
젊음이 왕성했던 터라 자신을 남기고 싶은 마음들이 그때는 있었었다.
아내와 나는 일본을 가는 것으로 결정을 보았다.
일본은 두번 간적이 있기에 여러면에서 나에게는 편했다.
말도 좀 할 수 있었고, 지리도 대충은 알고 있고 풍습이나 음식 등등
물 바뀌면 먹어야 한다는 약도 준비하고 모든 것을 다 챙겨 놓았다.
함께가는 사람들과 공항에서 만나 수속을 밟고 같이 떠났다.
3박4일의 여행이라 무척 일정이 바쁘게 짜여 있었다.
오사카와 후쿠오까를 중심으로 한 여행이었다.
오사카 성, 금각사, 청수사, 동대사, 후쿠오카의 활화산.....
벗꽃 피는 봄날의 여행은 즐거움 자체였다.
아내가 돌아와서 좋았던 이야기 중 하나는 여행도 여행이지만 밥을 안해 먹으니 너무 좋고 살겠더라는 것이다.
그걸 평생하게 한 아내에게 부끄럽고 할 말이 없어지고 말았다.
우리 부부는 나이가 조금들면서 부터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미국 여행에서도 나는 카메라를 가지고 가지 않았다.
꼭 찍고 싶을 때는 옆사람에게 부탁을 하고 이메일을 적어주면 항상 가능하였다.
세계 어느곳이나 한국 여행객이 없는 곳은 없기에 더욱 그러하였다.
여행이 끝나고 나서 아내가 한 말이 있다.
어느 부부는 여행가서 남편이 카메라를 가지고 갔는데 구경과 함께 이야기로 보내야 할 시간을
몽땅 찍사 노릇으로 메꾸기에 아내와 대판 싸움을 하다보니 여행이 엉망이 되어 버렸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만약 당신도 카메라 이야기를 하면 나는 안갈려고 했는데 그 부분에서 당신은 끝까지 꾹 참고 말 한번 안하고
여행 준비를 하기에 퍽 마음이 편했다고 이야기를 털어 놓았던 것이다.
그렇다 함께가는 여행을 사진 찍는 시간으로 보내기는 너무 안타깝지 않겠는가?
가슴에 와 닿는 감응들을 마음에 담아 왔으니 사진으로 찾아 보는 것보다 매력적인 것이 아닌가!!!!
나이들어 보이는 모습도 남기지 않고 오직 젊은 가슴으로 젊은 눈으로 젊은 생각으로 다녀 온것이 얼마나 더 잘했는가!!!
카메라 사진보다 더 뚜렷한 세장의 사진은 먼저 오사카성의 석축의 아름다움이었고,
다음으로는 금각사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사진으로는 활화산 속에 들어 있는 옥색 물의 색갈이었다.
그러나 그 사진보다 더 좋은 사진은 아내와 3박4일을 쭉 함께 한 가슴속에 살아있는 활동사진이었다.
'나의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는 누구냐(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장영희에서 (0) | 2009.09.08 |
---|---|
이외수의 "청춘 불패" 중에서 (0) | 2009.07.30 |
두 개의 보석 (0) | 2009.06.29 |
내가 가진 것은 무엇인가 (0) | 2009.06.26 |
고독한 불씨 (0) | 2009.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