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추어탕

마음의행로 2009. 8. 15. 18:38

 필리핀으로 이민간 군인 부부가 있데,

그 사는것이 여왕님처럼 산다는데, 차모는 사람, 집안청소, 식사 준비하는 사람이 모두 딸린데!!

하는 일이라고는 노는 것이 전부인데 한국에서 하던 주부의 일은 완전 잊어버린 것 같데,

우리 돈 560만원 내고 골프장엔 평생 매일 갈 수 있고, 근데 한달 우리돈 3백만원이면 된데,

가계부를 신랑이 적는데 엄청 꼼꼼하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철저히 기록을 한다나 봐,

그러나 과일 산 값은 적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서.. 과일 값이 너무 싸서 재일 좋다고 한데,

더운 지방이라 해발 1200m 고지에서 사는데, 한국 분들이 소식듣고 여러분이 다녀가고,

그곳에서 적응 가능성을 보기도 하고, 타진도 해보는 등 직접와서 느끼고 가는 사람이 많다고 그래.

그래 밥 안해 먹고 빨래 안하니 제일 좋겠다. 나도 얼른 받아 들어 준다.

나는 아내의 TV 소식에 벌써 짐작이 간다.

친구들에게서 많이 들어 본 이야기들이다.

 

오늘도 토요일 아침 일찍 아내와 등산을 갔다 왔다.

오늘 따라 아내가 무척 힘들어 한다. 다섯번 정도 잠깐 쉬면 되었는데 열번은 족히 쉬었다.

그것도 시간이 더 많이 들어서 이다.

나도 전 보다는 힘이 더 들었다. 일심동체라 그런지 나도 무척 힘든 등산이었다.

오를 때 말 한마디 없이 올랐다. 아내의 힘듬에 끼어들어 보았자 다른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 분위기 이다.

정상에서 내려 오면서 저기 저 두사람 부부같에? 하고 묻는다.

오를 때 앞서거니 뒷서거니 한 두 남여이다.

부부가 아니야... 이야기 내용으로 보면....

겨우 말문이 열렸다. 몸이 이제야 겨우 풀리는 것을 내가 느끼는 걸 보면서 아내도 나의 상태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거의 다 내려와서 내가 말한다. 수고했어....

하지만 집에 가면 또 할 일이 남아 있다.

내일은 딸들이 오는 날이라 특식을 장만해야 하기 때문이다.

벌써 금요일날  시장을 아내는 봐 놓았다. 이번엔 가을이 되었으니 추어탕을 준비하여 놓았다.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는 것이 한국 어머니이다.

미꾸라지를 어제밤 씻어서 삶아 냉장고에 넣어 둔 것을 꺼내 뼈를 바르기 시작한다.

나도 거들기 위해 옆 자리에  앉았다. 저리가 혼자 할께...

그러나 뒷 끝에 여운이 남는 걸 벌써 내가 알고 함께해도 된다는 것을 알아 차렸다.

뼈를 바르면서 이것 믹서에 가는 것과 어떤 차이야? 내가 묻는다.

바로 답이 나온다. 채에 바쳐서 하기도 하고, 믹서에 하기도 해..

그러나 오늘은 머리 떼고, 뼈를 바르고 하는거야, 아무말 시키지 마....

화가 난 모습이다. 아니 배워두려고 하는 말이야.....

여편네 죽으면 그냥 밖에 나가 사먹어..... 이런데 신경쓰지 말라는 말이다.

오늘 몸의 상태가 영 좋치 않음을 알고 있다. 끝날 때까지 조용히 마무리 되었다.

 

매주 일요일 와서 맛있게 먹고 싸 보내는 재미에 힘들어도 계속하는 일이 되어 버렸다.

아내의 자리 아니 어머니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인내와 행동에서 가장으로서 무력감이 느껴진다.

 

여편네 죽으면 그냥 밖에가서 사 먹는 고기, 아니 추어탕을 우리 애들은 내일 어떤 반응을 가지기나 할찌?

늘 하는 아내의 말, 나 죽으면 그 때 엄마 생각을 할꺼야 그거면 돼, 나는....

몸이 아파도 긑없이 해야만 하는 일들,

필리핀에서 여왕처럼 산다는 가족 이야기가 나를 흔들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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