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검진

마음의행로 2009. 4. 29. 14:58

  내일은 아내의 검진일이다. 지난번 검사 때 가슴에 갑자기 생겨난 어떤 멍울을 3개월이 지난 내일 검사하자는 것이다.

퇴근 후 집에들어가니 벌써 저녁을 지어 놓았다.

소파에 앉아서 잠시 TV를 보다가 아내가 하는 말이다.

여보 !  우리 애들 정리(아마 결혼)가 다 되면 한적한 바닷가 어촌 마을에 가서 몇일씩 묶었다가 오자.

머리도 식히고 나는 그런 마을이 있는 곳이 좋더라.

나는 그 말에 머리에 생기가 돈다. 그럼 나도 얼마나 좋아하는데, 우리 자주 갑시다, 바닷가에 가서 조개도 잡고,

밤새 별쳐다보고 이야기도 하고, 그 맑은 공기 실컷 들이 마시고, 다 잊어버리고 몇일 놀다가 옵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아내 말에 양면을 생각하는 버릇이 생겨 났다.

그 이면에 뜻하는 것이 있지 않는가 하고 말이다. 

그런데 두번째 말이 나를 파고 든다.

여보 !  그동안에는 통장과 도장을 분리하여 놓았는데, 이젠 잘 잊어버리니까 통장 있는 곳으로 한곳에 모아 놓았어.

이 말에 내가 신경이 쓰였다.

한참 후에 내가 너무 염려하지마, 발견도 빨리 하였고 하니, 문제가 없을꺼야 ! 요즘 의료 환경이 좋아졌잖아....

하면서도 아내의 복잡한 마음을 다 읽어 보려고 애쓴다.

 

당신 또 장난치면 안돼 ! 무슨 말이야?   또 의사 선생님한테 미리 어떤 주문해 놓고 하는 것 말이야..

이젠 안하기로 했어, 당신이 너무 강하게 반대하니 의사 선생님도 손 들었나봐,

언젠가 아내보고 종합 검진을 한번 받자고 하니, 절대 받지 않겠다고 한다.

허지만 내가 병원에 예약을 해 놓았고 의사 선생님한테 이야기를 해 놓았으니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아내는 반대다. 한번 이야기 하면 손해를 봐도 절대 굽히지 않는 아내의 결심이라

망설이다가... 내가 말을 꺼냈다.

여보! 그래도 내가 회사에서 위치가 있는 사람이잖아,  그래 그 바쁘다는 의사 선생님한테 이야기를 하여 놓았는데

당신이 가지 않으면 의사 선생님이 나에게 뭐라고 하겠어?  한참 후에 아내가 항복 의사를 내 놓는다. 첫번째 거짓말이었다.

그래 이번만이야. 나는 답이 없다. 꾸며놓은 이야기에 아내가 걸려 들어었지만  나는 지금도 재미있다.

 

그런데 두번째 병원을 가서 검진을 받아보는게 좋겠다 싶어 궁리에 궁리를 하는데 통할 사람이 아니다.

어떻게 하여야 할까하고 몇날을 생각하여 보았다. 애들한테 이야기하고자 하자니 아버지로서 못난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르는 바라

조심스럽다. 그러나 손해는 없을 것 같아 재주 좋은 막내 딸에게 말을 건네 보았다.

엄마 성격 알잖아 통하지 않을것 같애... 막내에게 걱정거리만 만들어 놓고 말았다.

며칠 후 막내가 집에 왔다. 아빠하고 부르는데 밝은 얼굴이다.

좋은 수가 있어...  그래 그게 뭐냐  응,  나는 급해졌다. 빨리 말해 뭐냐고?

오빠(사위)한테 회사에서 주는 상품이 있는데, 병원 진찰권이래 몇년마다 나오는데 그것으로 하면 공짜래

엄마한테 그것으로 하자고 하면 어떨까?  오빠는 이미 진단을 받았고, 또 나온 건데 안쓰면 버려지게 된다고 ..모두 거짓말이다.

우리는 대 성공을 거두었다. 이는 나와 막내 딸만의 비밀이다.

그뒤로 아내는 병원의 요청으로 계속 검진을 다니게 되었다.

 

아내에게 큰 일이 벌어졌다. 병원에서 수술 치료를 해도 낫기가 어려운 병에 들었다는 이야기이다.

잘 보이지 않던 처남이 차를 몰고 아파트로 왔다. 처 형들도 많이 왔다.

주변이 어수선하다. 처가집의 대동이 분위기를 바삐 몰아 간다. 그래 나의 마음은 더 분주하다.

빨리 병원으로 옮기자고 모두들 야단들이다. 등치 큰 처남의 위용은 주위를 압박하고 있었다.

차동차 키를 들고 지하로 내려 갔는데 자동차가 보이지를 않는다. 1층에도 2층에도 차가 없다.

관리사무소 수위들도 나섰다. 도난 당한게 틀림이 없다고 말이다. 옆에 있던 차도 동시에 도난을 당했다는 것이다.

마음이 바쁘다. 한편은 차를 찾아야 하는 마음, 한편은 빨리 병원에 가야 하는 마음으로

꿈이 복잡하여 지는 것을 보니 새벽에 꾼 꿈이었나보다. 

 

아침을 먹고 나서 나는 말한다.

여보 !   너무 염려하지 말아 다 잘 될꺼야..

아내 말이 곧 따라 온다.   언젠가 그랬잖아  나는 죽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다고... 말문이 나는 막힌다.

조금 후 내가 말을 내 놓는다.

이번 주 아차산 가기로 한것 잊지마,  토,일요일은 비가 온데.. 그러니 금요일 가기로 합시다.

금요일은 빨간 글씨가 아니던데?   아 그것, 그러니까 근로자의 날이라나 그래, 국경일은 아니라도 쉬는 날임은 틀림없어!!

그래 그러면  토요일은 쉬면서 닭 두마리 사다가 일요일 애들 오면 인삼넣어 푹 과서 같이 먹도록 준비하고, 일요일은 당신 맘대로 해.

한 2년 동안 좋아했던 등산도 우리 까마득하게 잊고 살아왔잖아,  아내가 나에게 희망을 불어 넣으려고 애쓰는 말이다.

아내의 표정이 밝아지며 말한다.   

그래 그러면 금요일부터 다시 떠납시다. 그리고 점점 더 높은 산으로 갈 수 있도록 우리 지금부터 다시 연습을 합시다.

 

당신이 돈 벌어와야 우리 밥먹여 주지 !! 

문을 열고 출근을 하는 뒤에서 아내가 웃고자 하는 말이다.

내가 용기를 오히려 불어 넣어 주어야 하는데...

오늘도 아내는 자기 모습은 숨기고,  나에게 희망 멧시지만을 띄여 준다.

그 모습이 지금도 짠하다. 다 잘될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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