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매미 소리

마음의행로 2009. 7. 24. 10:48

 버스는 아침부터 찐다.

의자에 앉아서 책을 펴고 읽어 내려 간다.

에어컨이 낮에는 추워도 켜나 아침에는 그런 행복은 없는 모양이다.

창문을 여는 서 있는 승객이 몇이 생겼다.

나는 앉아 있으니 할말은 없다. 바깥 바람이라도 맞아야 할 판인 모양이다.

 

책을 20쪽 가까이 읽고 있었다. 주변에 사람이 없어진 느낌이 들어,

돌아다 보니, 달랑 두 사람이다.

정거정을 두군데나 지나와 버렸다. 한 정거장만 더 가면 U턴 하는 종점일 것이다.

 

책을 덮고, 썻던 안경을 벗어 책을 든 손의 손가락에 걸쳤다.

그리고 버스에서 내린다.

정거장과 아파트 사이에 우뚝선 프라다나스 나무에서 매매가 울고 있다.

매 으음 ~~ ,매 으음, 매음, 매음, 매음 매 으음............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시던 60여가 되신 곱게 사신 아주머니께서,

나무 위쪽에서 우는 매미를 찾고 계신다.

여학생같이 느껴진다.

세월도 찾으실 것 같고, 학창시절 때로 돌아 가셔서 그때 매미 소리와 비교도 하고 계실 것 같다.

아직은 힌 머리카락이 적으신걸 보면서,

맵씨있게 입으신 차마에 시원한 모시 저고리에 뭍은 것은

세월의 슬픔과 곱게 나이들어 감이 너무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잠시 출근길이 가벼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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