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다빈이 할아버지

마음의행로 2009. 7. 18. 16:26

  다빈이는 초등 1년생이다.

이런 다빈이는 외할머님, 외할아버님과 같이 산다.

다빈이 어머님이 직장생활을 하니 그렇게 하기로 가족간의 합의로 이루어 지게 되었다.

물론 어머니집과는 가까운 거리이기 때문이기도 한다.

할아버지는 공직생활을 그만두시고 지금은 복덕방을 내시어 종일 이곳에서 지내시고,

할머니는 뜨게질을 좋아하셔서 종일 뜨게방에 나와 일과를 보내시는 편이다.

할어버지는 복덕방의 한가한 틈을 이용하여 천자문 공부를 하시는데,

벌써 네번이나 숙독을 하셔서 천자문을 달달 외우고 계신다고 한다.

 

다빈이는 먹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지 오동통하게  생겼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런 다빈이가 너무 귀엽고 예쁘기만 하다,

요즈음 애들 간들 간들 해가지고는 안돼, 살도 있고 해야 건강하고 예쁘지.....

"이런 우리 다빈이는 너무 좋단다,  아이구 예쁜 우리 다빈이" 늘상 하시는 할아버지의 말씀이시란다. 

 

어느날에 다빈이가 코가 좀 빠져서 가게로 들어 왔다.

학교........ 하시다가 말씀을 끊고 계신 할아버지, 뭔가 심상찮음을 다빈에게서 느꼈다.

이리 앉아라. 할아버지가 맛있는 것 사줄까?...... 다빈이 속을 들여다 보기 위해 얼른 물어 보신다.

다빈인 답이 없다. 그 밝던 애가 무슨 일이 있는 것이 틀림이 없다.

 

그날 저녁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다빈이가 자는 것을 보시고 오늘 다빈이 일어 난 일이 무엇일까?

이야기를 나누시게 되었다.

선생님이 떠올랐다. 뭘 잘못했서 말을 들었을까?

숙제를 못하고 간 것이 있었을까?  궁금하기가 한이 없다.

여보 당신이 내일 일어나면 살짝 물어 보구려, 할머니가 물어보면 답이 나올 것 같아서 할아버지께서 꺼낸 말이다. 

 

다음날 할머니가 다빈이를 세워 놓고 다빈아 어째 어제는 기분이 안좋았어?

이 할미는 다빈이가 기분 안 좋으면 할머니도 종일 기분이 안 좋거든 어서 말을 해봐,

이 할미가 다 들어 줄께!! 응

그러나 다빈이는 말이 없다. 그래 그러면 나중에 이야기 하자, 학교에 잘 다녀 오너라.

그날은 그냥 학교로 보넸다.

 

며칠 후 또 다빈이가 또 기분이 좋치 않다. 할아버지는 걱정이 됐다.

할아버지가 할머니께 전화를 해서 사정을 알렸다.

할머니도 걱정이다. 말을 해야 아는데 말을 하지 않으니 어찌 할꼬...

맛있는 것을 사줄까? 어디 구경을 시켜줄까? 생각 끝에, 다빈이가 좋아하는 예쁜 강아지 인형을 사셨다.

 

짜잔!!! 다빈이 앞에 강아지가 한마리 나타났다. 어머 !! 할머니 저 주실려구요?

그럼 우리 다빈이 주려고 샀지!!! 다빈이가 얼굴이 좋으니 할미도 기분이 최고로 올라가네....

다빈이 얼굴이 펴진 후에 말씀을 하신다. 다빈아!!  이 할미는 다빈이 기분을 항상 좋도록 해 줄수가 있단다 !!!

그래서 말인데.... 엊그제 왜 그리 다빈이 기분이 나빴을까? 어서 말해봐 이 할미가 기분 좋게 해 줄테니까?

살짝 데리고 밖으로 나가니 다빈이가 말을 했단다.

할머니..? 응 그래!!!

우리반 애들이 나를 보고 통이라고 놀려요, 아주 일자로 생겼다고요.

뜨끔했던 할머니, 이 애도 내쪽을 닮아서 뚱뚱한 것이 아닌가... 속으로 걱정이 앞섰다.

아니야 이 할미는 우리 다빈이가 누구보다 더 예쁘기만 한걸....

어떻게 해야 할지를 그날밤 두분이 상의를 하셨단다.

그래 그렇게 해보구려 !!!

다빈이 할머님이 학교로 가셨다.  다빈이 할머니이란다. 하시며 맛있는 것을 한보따리 꺼내 놓으셨다.

우리 다빈이 하고 좋은 친구가 되어 주렴...... 아이들은 먹기에 바쁘다.

한 삼일 조용했다. 다빈이도 기분이 바뀌었다.

되었다 싶었는데?   할머니 또 놀려요... 다빈이가 또 맘이 상해 있었다.

몇번을 더 해보았으나 약발은 3일을 넘지 못했다.

 

이윽코 할어버지께서 나섰다. 요놈들 내가 혼을 내 주어야겠어.... 가만 두지 않을꺼다.

어떤 놈들이 하는지 보이기만 해 봐라..

어떻게 하시려고요, 애들 잘못 건드리면 더 큰일 나는거 아시죠??  할머니의 걱정스런 말씀이시다.

여보 !!   오늘 정장을 좀 꺼내 줘야겠어, 새까만 양복으로, 그리고 검정 썬그라스이 있지요?

그것도 꺼내고, 모자는 뒤쪽은 올라가고 앞쪽은 챙과 달라붙는 일본말로는 도리구찌라는 모자를 꺼냈다.

학교 옆 구두닥이한테서 구두도 광을 내어 가지고 왔다

.

할아버지 쫙 뽑고 나니 젊어지기도 하시고 어딘지 모르게 위용이 있어 보이신다.

키가 크신 할아버지는 학교 정문으로 갔다.

다빈이가 나오는 것을 보시고 오 !  우리 다빈이 어서 오너라. 하시고 다빈이를 끌어 안고 한바뀌 도신다.

같이 오던 같은 반 애들이 처다 본다.

야!  아까  그 썬그라스 쓰신 분이 다빈이 할아버지래........

다빈이 할아버지는 몇일을 똑같이 검정 안경을 쓰고 학교가 끝나는 시간이면 나가서 다빈이를 맞았다. 

몇일을 지났는데도 다빈이 얼굴이 어두워 진적이 없다. 일주일, 보름, 한달이 지나도....!!

다빈이는 처음으로 돌아와 있었다. 밝은 다빈이.. 오 ! 우리 예쁜 다빈이..

 

당신은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해놓았수..? 애들이 절대 놀리지 않는다잖아요!!!

글쎄 뭐랄까? 내가 군대 생활을 할때 헌병을 했잖수...

군에서는 헌병을 보면 잘못한것 없는데도 뭔가 있는 것처럼 기가 죽거든...

그래 이번에 그걸 시험해 본거지, 할아버지 헌병 역을... ㅎㅎㅎㅎ

나도 놀랬답니다. 그것이 그렇게 약이 될 줄은 생각도 못해 봤거든...

 

이날밤 할머님과 할아버님께서는 다빈이를 지켜준 보람으로 두 분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하였다.

앞으로 우리 예쁜 다빈이를 놀리기만 해 봐라.... 이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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