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껌 할머니

마음의행로 2009. 7. 17. 15:55

  지하철 계단 마지막 한쪽 켠에 나이드신 할머님이 앉아 계신다.

얼른 보아도 75세도 더 넘어 보이신다.

무릎과 가슴이 닿을 정도록 몸이 접혀지셔서 앉는 자세가 엉덩이와 발 바닥이 중심이 되어 있으시다.

머리는 하얗게 희어졌을 뿐만 아니라 또 많이 빠져서 속살이 훤이 다 보이신다.

바람이라도 불면 날아갈 것 같은 가벼운 몸으로 수 많은 사람이 왕래하는 지하철 바닥에 앉아 계시는 것이다.

 

옆을 보니 조그마한 사각진 통이 하나 있는데 보이는 것은 껌이 15통 정도 있다.

그리고 한통은 손에 쥐고 계신다.

이 사람 저 사람을 한번씩 둘러 보시면서 말없는 대화를 하신다.

껌 한통 팔아 주세요. 제가 너무 어렵습니다.

불쌍한 할미 좀 도와 주세요, 가격표도 없다. 아마 껌을 잘 씹는 사람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지나간다.

바닥에 낮게 앉아 계실 뿐만 아니라 에스카레이터 나오자 마자 계단 앞이라

아무 생각 없이 나오다가 발견하는 지점이다. 그러니 마음에 준비 할 여유조차 없는 짧은 시간이라

결정을 못하고 그냥 포기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여 본다. 

 

서울 지하철 내부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려  먼지가 가득할 것이나 보이지는 않는다.

한번 타보면 금방 공기가 얼마나 나쁜지 바로 느껴지게 된다.

그런 곳에서 아마도 몇시간 동안을 견디고 계실 거라 생각한다. 할머님은 좋은 공기를 마실 자격도 여유도

힘도 없으실 것 같다.

 

나이가 60에 가까워진 아주머님이 할머님 앞으로 다가 가신다.

할머님은 손에 든 껌을 들고 여기 있소! 하시는 눈빛으로 아주머니를 쳐다 보신다.

아주머니도 그렇게 건강하여 보이지를 않는다.

가느다란 몸에 긴 치마를 입으셨는데 허리엔 가는 끈으로 만든 띠가 둘러져 있으시다.

몸이 약간 굽어 있는 걸 보면 약하신 분으로 느껴지게 된다.

그리고 다가가서 껌통에 천원을 넣고는 허리를 펴고 가려고 하니 껌 할머님이 손을 흔든다.

 할머님 괸찮습니다. 그냥 받으세요. 그러면서 가신다.

할머님은 너무 감사하나 표현도 말도 한 마디 못하시고 아주머니를 보내고 마신다.

 

아주머니가 지하철 타는 곳으로 걸어 가신다.

몇 몇 사람들이 지나가는 아주머니를 한번씩 옆눈으로 보고 있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참 고마우신 아주머님 이시다 싶으며 마음에 조그마한 감동이 인다.

저런 분이 몇이나 될까? 저런 착한 마음을 가지신 아주머님들이....

 

어머님은 평생 길가에서 물건을 파시는 노점상을 지내셨다.

말이 노점상이지 경찰이 오면 도망을 가야 하고, 정해진 자리도 없는 그런 형편이었다.

자식 먹이고 살리기 위해 추우나 더우나 몸배를 입으시고, 고무신으로 평생을 보내셨다.

조그마한 돈이라도 모으면 오후에는 꼭 은행에 들려서 천원 이천원을 저금을 하셨다.

더 이상 나이드셔서 일을 할 수 없을 때까지 마다하지 않으셨던 것이다.

 

그 아주머니는 평생 노점상을 하시다가 몸배와 고무신으로 사신 돌아가신 자신의 어머님 생각이 났을 것 같다.

천원을 넣으면서 어머님 미안해요. 더 드려야 하는데..... 속으로 울며 넣는다.

불쌍한 우리 어머님 오늘 많이 파셔야 해요...

오늘은 지하철 주변 사람들의 몸에서 행복한 생 기운이 잠시 돌다 간다. 

할머님 건강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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