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인터넷 삶

마음의행로 2009. 7. 15. 21:22

  옛날에는 사람 냄새가 나는 카페들이 꽤나 많았었다.

다방에서 약간 upgrade 됬다고나 할까? 그래 조금 품위 있게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었다.

폼도 좀 잡고 분위기를 어깨 쭉지에 가볍게 실어서,

눈을 살짝들어 위를 보고 뭔가 그럴싸한 그런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여기에 위스키 한잔을 곁들이면 분위기 그만인데다가 한가닥의 담배연기 뿜어 내는 날엔,

나는 외로운 사람이예요, 저와 대화 할분 안 계세요? 라고 말하는 듯

마음은 바람이 나 있고, 몸은 애써 아니그러는 듯하면서도 오히려 더 꼬이는 자태들을

전에는 자주 볼 수가 있었다.

하는 이야기는 별 스런 것들 아니면서 재미있는 처럼, 아니 신나는 것 같은 수다를 만들어 내기도 하던 곳이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넣으세요, 그리고 질문에 답을 하세요.

사는곳/성별/나이, 어떤곳은 전화번호, 주민번호, 주소까지 달랜다.

하고 싶으면 응하면 되고 아니면 말면 그만이다.

카페에 들어가자 마자  첫 인사를 하란다.

그래야 카페 활동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는 것이다. 소위 등업이란다.

장만해 놓은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한다.

유모어도 있고, 음악도, 그림도 있다. 신문에 나와 있는 여러 기사들도 있고,

세계적인 풍물도 들어 있다. 여행하다 찍은 수 많은 사진과 비디오도 많이 있어,

앉아서 세계 일주를 할 수도 있다.

카페에 들어 와서 아무 말없이 돌아다니면 시비 걸 사람은 아무도 없다. 폼을 잡을 수도 필요도 없다.

그러나 말을 걸면 응하여 주는 사람은 참으로 많다.

하는 일에 잘했다고 모두들 칭찬이다. 비판은 거의 없는 편이라서 이 정도의 세상이라면

도덕 교육도 필요 없고, 칭찬 교육도 따로 받을 일은 없는 세상이 될 것 같다.

모두 다 선남 선녀들이기 때문이다. 신기한 것은 얼굴없는 대화가 이루어 지고 있고 해서 상대를

알고 싶어 지는 묘한 감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카페 구석을 돌아 다니다 보면 코너마다 방장이 있어  좁은 곳에서 주인 노릇을 할 수도 있다.

원 주인은 이들에게 돈도 받지 않고 임대를 하여 주고 있는 것이다.

가끔 공짜 커피가 나오는데 커피맛도 향도 없으면서 김은 피어 오른다.

제사상을 차려 놓고 죽은 분에게 드시라고 하는 것과는 정 반대이다.

우수운 세상이다.

 

사진을 찍으로 분주히 돌아 다닌다. 한장의 미학을 얻을 때까지 지성을 들여 놓는다.

멀리 차를 타고 나가기도 하고, 새벽을 쫒아 다니거나, 황홀한 석양을 즐기기도 한다.

큰 것을 한 조각에 담기도 하고, 아주 작은 것을 크게 보여지 해서 담기도 한다.

그것 뿐이랴 리모델링을 해서 다듬어 죽어 있는 것을 마치 산 것처럼 움직이게 하기도 하고,

글을 넣어 분위기를 돋운다. 옛날 같으면 운을 때서 서로 주거니 받거니 시를 읊었을 것이다.

정성들인 사진들을 여러 사람에게 보여 주고자 하는 마음이 가여울 정도다.

애써서 이렇게 카페에 전시하고 만족해 한다. 누군가 와서 반겨 주고 말을 걸고 한마다 하면

기분이 최고에 달한다. 사람 사는 맛이 난다. 옆에 누가 없어도 있는 착각을 일으킨다.

보이지 않아도 감사와 칭찬의 말을 전한다. 이럴 때 쯤이면 그동안 수고가 싹 가신다.

 

종종은 이들끼리 약속을 하고 밖에서 만나기도 한다. 우리 얼굴은 알고 지내는 것이 좋지 않겠소 하면서 말이다.

자신 있는 분들은 자신 모습을 카페에 일찌기 알려 놓았지만 대 부분은 하회 탈을 쓰고 다닌다.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른다, 나이든 사람인지 아닌지도 모른다. 이름도 별별 희한한 것을 들고 다닌다.

이름이 두자가 아니고 영어도 있고, 프랑스어도 있고, 우리 말도 많은데 서양화 되었거나

아니면 순수한 우리말을 찾아 순화된 이름도 많다.

모두 자기 개성을 살린 이름들이라서 이름만 보아도 성품을 대개 짐작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카페를 아무리 오래 돌아 다녀도 싫다는 사람이 없다, 말을 아니하면 재미없다고 공갈도 친다.

뭔가를 이야기 하도록 유도한다. 자주 오는 사람에게는 VIP 대접을 하여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자유스럽고 돈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을 읽어도, 그림 감상을 하여도,

내 작품을 걸어 놓아도 자유다. 내 것을 가져가도 물건에 손상이 가지를 않는다.

소문은 참 빠르다. 순식간에 달려들기도 하고 빠져 나가기도 한다.

어떤이는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여 큰 돈을 벌기도 한다.

참 좋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가 생각하여 본다.

 

이렇게 하고 사는 것이 인생인가 생각을 하여 본다. 이런 것이 모아지면 인생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실제 보고 듣고 하며 사는 것이나 이렇게 컴퓨터 앞에서 사는 것이나 뭐가 다를 것인가 물어 본다.

다 헛되고 헛된 것들이 아니겠는가?  모두가 다 꿈이라고 해도 아니라고 할 사람이 있겠는가?

이곳에도 희노애락이 있고 질서도 있고 가치관도 있고 개성도 있고, 사회 생활도 있고,

이걸로 밥을 먹을 수도 있다. 돈도 있고 없는 것이 없을 정도 이다. 요즈음은 공기도 이곳에서 팔고 산다고들 한다.

 

한 세상을 어찌 사는 것이 살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그래도 사람사는 냄새를 맡으며 부딪치며 살아가는 것이 진짜 삶을 살아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생각을 하여 보지만 그러면서도 나는 지금 컴퓨터 속에 나의 글을 적고 있다.

내 능력, 하고픈 일, 무엇을 하든지 결국은 나를 찾아 다니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인생은 끝까지 모르고 모르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마지막 연극의 장이 끝나더래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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