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만약 6개월 후에 죽는다면

마음의행로 2009. 6. 23. 20:51

아내와 경주 여행중에 갑자기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긴급히 명함판 사진을 보내라는 것이다. 시내를 나가서 5분 급사진을 찍어서 우편으로 보냈다.

덕분에 한나절의 휴가를 나는 잃어버렸다.

S 대학원 6개월간 특별 코스에 등록하라는 것이었다.

회사에서 보내는 것이니 비용도 적게 들것이고 많은 친구를 알게 될 것이고, 좋은 커리큐럼으로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될 것이고, 기분이 무척 좋았다.

 

면접을 끝내고 나니 40여명이 등록을 하게 되었다.

첫날 상견례 시간에 둘씩 짝지어 자신을 상대에게 소개하는 시간이 되었다.

모르는 분에게 나를 소개하니 xx 회사에 다니는 누구입니다.

그리고 간단한 나의 기호, 장단점, 가족이야기 등으로 구성하여  끝을 서로 마쳤다.

다음 시간에는 학교가 학생에게 과제를 주었다.

 

앞으로 6개월 후에 죽는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에 대한 답을 적어서 내라는 것이다.

처음 맞는 6개월 후의 죽음을 생각하니 왜 진즉 이런 생각을 한번도 하지 못하고 살았을까?

어떤이는 죽음의 프로그램에 가서 관속에서 죽음의 시간을 갖기도 하지 않았던가......

 

이런 저런 생각이 넘쳐났다.

언젠가 퇴직한 선배가 한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당신은 저 세상에서 무엇하다가  이 세상으로 왔소? 염라대왕의 질문이었단다.

그러다 보니 답이 xx 회사에 다니며 돈을 벌다가 퇴직하고 이리로 온 것 같습니다.

그래요 xx 회사 다니려고 저 세상에서 태어났습니까? 묻더라는 것이다.

눈 앞이 캄캄하여져 뭐 답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너무 챙피하고, 살아온 길이 불쌍하고, 

내 놓을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이 살아온 것이 어린이들 빠꿈살이만도 못한 삶을 살았구나 생각이 떠오르니,

어디 몸을 둘데가 없이 처량한 자신의 모습에 숨을 곳을 찾고 있었다고 하는 말이었다. 

 

맨 먼저 생각난 것은 역시 가족이었다. 그것도 아내 생각이었다.

왜 이리 멋없이 살았을까? 잘해주고 살지.... 애들에게도 사랑을 베풀고 말이다.

후회의 시간이 흘렀다. 부모님, 친구, 직장 동료, 잘못 이루어진 일들, 섭섭하게 한 일 등등등

무엇을 할까? 

모두 답안지를 거두세요........

뒤에서 앞으로 거두어 교수님 앞으로 도착을 했다.

모두들 다소 긴장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날은 마무리 되었다.

 

몇일 후 다시 시작된 강의 시간에 답안을 분류하여 발표를 하였다.

어떤이는 세계 여행을 아내와 함께 하고 죽고 싶다고 했다.

어떤이는 미국 동부에서 서부까지 있는 골프장을 차례로 방문하여 골프를 치다 죽겠다고 했다.

그런 가운데도 놀랍게도 90(%) 이상이 불쌍한 이웃을 돕겠다고 답을 적은 것이다.

모두들 놀랬다.

6개월이란 정해진 시간이 되니 인간 삶의 본연이 무엇인지 모르나,

남을 위해 일을 하겠단다.

많은 생각을 하게한 대목이었다.

교수님도 그렇게 하시라고 말씀을 하시고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으셨다.

 

나는 곰곰히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 6개월이란 시간이 왜 생각을 바꾸게 한 것일까? 조금 더 살면 아니하고 6개월이면 하겠단다.

우린 매일 죽음의 연습을 하고 산다. 밤에 잠을 자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내일 아침에 깨어 나란 법은 없을진데, 당연히 우리는 일어 날 것으로 생각을 하고 살아가고 있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을때에 양 옆에 강도가 있었다.

마지막에 그들은 회개하고 천당에 가게 되었다.

나는 우리들의 답이 바로 이것 아니었겠나 생각했다.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때 그때야 바른 일을 하거나 회개를 하고,

시간이 더 남아 있다면 지금하는 일을 더 하고 욕심을 더 내고 살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린 매일 마지막을 치르고 있는데도 말이다.

 

무엇하고 살다가 왔소? 물으면 xx 회사 다니며 돈을 벌다가 왔습니다.

이런 답이 아니어야 하지 않겠는가!!!

6개월이 남아 있다면 하고 아니니면 더 뒤에 하겠다는 생각을 떨쳐야 하지 않겠는가,

오늘 바로 그 일을 해야 하지 않치 않겠는가 말이다.

 

내일 아침의 햇살은 나의 것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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