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애기 울음소리

마음의행로 2009. 5. 17. 23:21

   여 동생이 태어날 때였었다.

어머님의 산통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이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한번도 아니고 형님, 나, 그리고 죽은 동생, 그 다음 차례였으니 4번째인 셈인데 그렇게도 힘드셨던 것 같다.

할머니, 아랫집에 고모, 또 웃집 할머님 세분이서 힘을 보태고 있었다.

웃집 할머님은 힘들어 하시는 어머님을 보고 자기 경험을 나누어 가지시려고 오셔서 애를 쓰셨는데

어머니 한테는 큰 힘이 되셨는지 얼마를 지나지 않아서 여 동생을 낳으셨다.

나는 그런 경험으로 인하여서 인지 아기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여동생 태어나는 일과,

어렵게 태어난 후 들은 울음소리여서 인지는 모르나 애기 울음소리에 대한 밝은 생각이 별로 없었다.

 

위층에서 이른 아침, 낮, 저녁 늦게까지 통당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3살박이 아이가 하루 종일 뛰어 다니는 것이다.

어느 아주머님이 오셔서 괸찮으냐고 아내에게 물었던 모양이다. 괸찮아요, 아무렇치도 않아요!

사실 우리 부부는 뛰어 노는것 조차도 잊고 살고 있다.

 

어느날 저녁을 먹으려고 아내와 식탁에 앉아서 있는데 어디선가 애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여보 어디서 애기 울음소리가 나는것 같애... 아내가 말을 한다.

가만히 들어보니 틀림없는 애기 울음이다.

어느집일까? 위층일까? 아파트에서는 무슨 소리가 나도 통 종잡을 수가 없다.

나는 세상이 새로 깨어나는 것 같은 느낌으로 가슴에 새로운 희망이 하나 보이는 것 같았다.

하루를 알리는 첫 닭 울음과도 같이 맑고, 어떤 미래를 약속 받은 것 같기도 하고, 역사의 한 장이 움직이는 것 같은 것을 느꼈다.

얼마나들 기뻐할까? 시어머니, 시아버지, 남편과 아내, 그리고 애기, 보지 않아도 그 환한 웃음과 행복이 보였다.

 

나는 애기하면 먼저 떠 오르는 것이 그 순진한 웃음짓는 얼굴도 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귀여운 발이 먼저 떠 올려진다. 

아구 이 귀여운 것, 먼저 발을 들여다 보고 한번 만지게 된다.

귀엽기도 하지만 이 발로 이 세상을 이젠 맘꺽 돌아다니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내 인생을 살아온 과정을 밟기라도 할 것처럼 애기한테 비추어 보게 되는 것이다.

 

그 귀여운 발로 우리집 위층에서 통당거리며 뛰어 다니는 애기 발걸음 소리를 들으면 가슴속에 작은 북소리를 듣는 것 같고,

거기에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까지 나면 어름깨지는 소리같이 맑고 청아한 소리에 귀를 기우려 보게 된다.

아 언제부터 애기 을음소리가 사라졌던가?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이젠 어린아이 울음 소리가 듣기 힘들어졌다.

젖 달라고 울기도 하고, 기저귀 갈아 달라고 울기도 하고, 엄마가 안 보이니 울기도 하고, 심심해서 울기도 하고,

어딘가 아파서 울기도 하고, 그 때마다 다른 음색과 표정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애기 울음 소리들을 찾기가 어렵다.

 

집안에 희망이요, 꽃이요, 시름을 잊게하는 생약이요, 이야기 꽃을 피우게 하는 촉매제요, 사랑 덩어리인 애기의 울음 소리,

이곳에서 부터 우리는 한 가정의 사랑이 움트고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위층 아이의 울음소리가 아파트를 살려 놓은 것 같은, 아니 생기를 넣어주는 것  같았고,

나아가 동네를 새롭게 태어나게 하고 깨어나게 하는, 신비스럽고도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젊은이들에게 아기를 낳아야 한다는 암시를 주는 소리로도 들리는데, 

어이 그 아이의 울음소리며, 발 통당거림이 예쁘지 아니하겠는가!

 

애기의 울음소리가 여기 저기에서 자주 들리는 마을이 되었으면, 나라가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꼬....

새 생명을 알리는 애기 울음소리, 애기 울음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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