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비들기가 울던 그밤에

마음의행로 2009. 5. 16. 13:08

비들기가 울던 그 밤에 어머님을 이별을 하고

어어린몸 갈곳없어 낮선거리 헤메이네

나무에게 물어봐도 돌뿌리에 물어를 봐도

어어머님 계신 곳은 알수 없어라

찾아을 길 어없어어라.

 

여섯 일곱살 때 쯤이었다.

우리집에서 100m 쯤에 어머님보다 몇살 위인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부부외에는 여 조카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아마도 스므살 정도로 보였다.

그 집 들어가는 입구에는 팽나무가 큰게 한구루 있었고,

 집에 맞게 조그마한 마당이 항상 잘 쓸어져 있었다.

집은 언제나 단정하고 쓰레기 하나 보이질 않을 정도로 시골집이 아닌 것처럼 깨끗했었다.

가끔 암탉이 울고 나오면 그곳에 가서 알을 꺼내들고 나오는 그 누나를 보곤 했었다.

댕기머리에 단정한 몸매로 언제나 깔끔한 편으로 보였었다.

그 누나가 어떻게 그 집에서 자라고 살고 있는지 전혀 몰랐고 부부와 관계도 몰랐었다.

 

마을 여자분들이 나와서 전을 붙이고 남자분들은 체일을 치고 야단 법석이다.

큰 잔치가 있는 모양이다. 나는 맛있는 냄새에 이끌리어 그 집으로 잠간 들어가 보았다.

어머님도 한켠에서 음식을 장만하고 계셨다. 어머니가 몰래 떼어준 전을 한입 얻어 먹을 수가 있었다.

결혼식 전날밤에는  전야제가 항상 있기 마련이다. 나도 어찌된 일인지 그 속에 있었다.

방안에는 아주머님들이 가득하고 한켠에 그 누나가 곱게 차리고 있었다.

시집가기 전날 행사에 마을 어르신들과 재미있는 이야기며 노래를 부르는 자리였다.

신부가 노래할 차례였다.

그 누나가 앉아서 노래를 부르는데 내 가슴에 애가 녹는 것같은 슬픔이 눌려 왔다.

얼마나 슬프던지 노래말 하나에 그 누나의 모든것이 숨겨져 있음을 나는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 노래를 한번듣고 지금껏 잘 외우고 있다.

 

비들기가 울던 그 밤에 어머님을 이별을 하고

어어린몸 갈곳없어 낮선거리 헤메이네

나무에게 물어봐도 돌뿌리에 물어를 봐도

어어머님 계신 곳은 알수 없어라

찾아을 길 어없어어라.

 

그 누나는 노래를 끝내고 한참동안 가만히 있었다. 재미있게 이야기 하던 주변도 조용해 졌다.

그 누나가 고개를 숙이더니 눈물을 쏱아내었다.

옆에 있던 아주머니들이 등을 쓸어 주신다.

오늘 제가 이러면 안되는데 눈물이 이렇게 나오니, 고모부님께 죄짖는것 같기도 하고 하며 이젠 퍽퍽 우신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그 누나가 부모님 없이 고모님댁에서 살아 왔었구나. 고생이 많았겠구나,

이렇게 키워주신 분 앞에서 울수 밖에 없었던 그 누나의 심정, 그러나 누구보다도 보고 싶었을 부모님 얼굴,

이제 여기를 떠나 멀리 시집을 가게 되었으니 얼마나 그 슬픔을 헤아릴 수 있었을 것인가?

그 누나가 일어나 큰 절로 고모부댁에 절을 올린다. 눈에는 달구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아주머니들도 모두 눈물을 훔친다.

 

모두들 이렇게들 말한다,

정이제 새댁되면 누구보다도 더 잘 살거야, 그럼 누구인데,

그리고 애 많이 낳아 못 받아본 정을 애들한테 실컷 주라고 등등 위로에 말이 쏱아졌다.

나는 그 누나가 어디로 시집갔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뒤로 한번도 소식을 들어본 적도 없다.

다만 그 누나가 들려준 노래는 지금까지 내 마음에 간직하고 있다. 

그 누나가 잘 살기를 생각날 때마다 나는 마음속으로 빌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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