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세 친구가 있어 좋다

마음의행로 2009. 1. 30. 11:17

나이가 들면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초등학교 동창생들과 고등학교 동창생 그리고 직장생활에서 함께 고생했던 선배와 동기들일 것이다. 

초등학교 동창생들을 만나면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게 됨을 볼 수가 있다.

고구마 케먹다 들킨 이야기며 수업료 못내서 울었던 이야기며 누가 누구를 좋아했다던 이야기며,

 부모님에 얽힌 이야기 등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야기로 모임을 채운다.

어리고 맑고 순수한 감정들이 살아나오고 해서 밝고 깨끗하고 재미있고 놀랠만한 이야기들로 항상 꽃을 피우게 마련이다.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면 그래도 제법 성숙했던 나이테를 가졌던 시간이라서 조금은 어른 스럽고 자존감도 섞여 있고 당시의 나와 지금의 나를 연결하여  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때의 생활을 비추어 지금과 비교함은 덧 없음을 알아 서로 웃고 넘어가게 된다.

직장 생활을 끝까지 같이 한 동료들을 만나면 최근까지 동거동락하여 서로를 너무 잘 알고 하여서,

어려운 이야기 보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나 지금 자신 맞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는 생활의 발견 등  

또 건강에 얽힌 여러 가지 도움되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가끔 자녀들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한다.

 

친구하면 나는 세가지 유형이랄까 딱 구분지울 수는 없지만

어찌 어찌하다 떠오르는 사람을 생각하여 보니 대별이 되었다고나 할까?   

뭔가 할일이 없고 조용한 시간이 되거나 또는 무료한 시간을 보내거나 혼자만 남아있는 것 같은 생각에 머무를때,

가꾸어 놓은 화초에 가서 이야기도 하고 생태도 살펴보고 먼 하늘도 쳐다 보다가 언뜻 떠오르는 친구, 전화나 한번하여 볼까? 전화하면 무슨 말을 할까?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야기가 많치 않아 망설이다가 그래 일단 이야기하다 보면 말이 이어지겠지,

 뭔가 새로운 이야기도 접할 수도 있을 것이고 하여 전화를 걸어 보게 되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구정이라고 추석이라고 생일이라고 애들이 아빠 용돈하고 봉투를 내밀면 벌써 내가 용돈 받는 세월이 되어 버렸나 하면서도,

애들이 장하고 생각하여 주는 맘씨들에 잘 길렀구나 생각을 하면서 고마운 마음이 깊게 자리 잡는다.

이럴때면 여유가 생겼으니 점심이라도 한끼하고 싶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친구가 있기 마련이다.

친구! 내가 한번 살께 만나자 전화속에서 그래 무슨 좋은 일이라도 생겼냐? 물으면서,

좋아 그리고 나서 장소를 잡고 시간을 잡고 그곳에 가기 위한 버스나 지하철역과 출구 번호 거기서 몇십 미터 등 구체적으로 말을 주고 받은 후,

근처에서 다시 서로 전화를 주고 받으면서 만남을 갖게 된다.

모임 자리가 생겼을 때는 끼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이번 봄에는 누구 애들 결혼 이야기는 없는지? 서로 서로의 자녀들에 대한 관심과 시집장가 보내려는 부모들의 입장에서 말을 주고 받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이럴때도 동기생 친구가 그렇게 소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옛날이 그리워 질때가 많은 것은 너무 당연하다. 이런 저런 상념에서 헤메고 있다가 다시 주위를 살펴보고 나의 자리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선배님 건강히 잘 계시지요. 지하철에서 내리시는 선배님을 보고 전화 드립니다.

언제 한번 만나 식사 한번 하고 싶은데 언제쯤이면 좋겠습니까? 이럴때면 얼마나 반가운지 이루 표현하기가 어렵다.

과거 일도 떠오르지만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하여 주고 선배하고 식사의 정을 나누고 싶어하는 그 후배 친구의 목소리 그래 그동안 잘 있었어? 반가워..  

목소리만 들어도 반갑네. 식사는 뭐 괜찮네. 아니 선배님 시간한번 내 주세요 뭐 나야 시간 밖에 없는 몸 아닌가 아무 날이라도 좋으니...

그럼 그날 만나기로 하지. 그러면 수요일 저녁시간에 어디가 괜찮으시겠습니까? 편한 곳으로 하면 좋겠네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래서 후배와의 만남을 갖는 경우가 종종 있다.

년말이라서 옛 후배들에게 안부를 건네기 겸해서 이메일을 보내면서 그동안 모아온 좋은 사진 중에서 하나를 크릭하여 날려 보낸다.

두시간 정도 지나서 전화가 왔다. 선배님 이메일까지 주시고 정말 반갑습니다.   

근황은 어떠신지요?..  건강하시구요... 먼저 이야기를 쭈욱 꺼낸다.

이런 저런 이야기 속에서 후배한테 미안했던 이야기가 빠질 수가 없다. 내가 더 잘했어야 했는데 내가 부족했었지?  

아닙니다 선배님 무슨 말씀을 그리하십니까 제가 얼마나 선배님한테 많이 배웠는데요!

그리 말씀하시면 서운합니다 등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런 제안을 하여 보았다. 

김과장 ..  김과장도 제대하려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우리 나오면 친구했으면 좋겠어 어때 인생친구 어떤가?  편하게 친구하세? ................ 

답이 없다가 제가 어떻게 선배님 친구가 될 수 있겠습니까? 너무 어렵습니다.

그래 아뭏던 나는 친구했으면 한다네. 답을 얻을 수도 없는 제안에 서로 의미를 남기고 전화를 맺는다.

며칠 후 후배한테서 이메일이 왔다. 선배님 전화로 여러가지를 생각하였습니다.

선배 친구라 어색하기도 하고 그러나 순수한 말씀이라고 여겨져서 이메일을 보냅니다.

선배님에게서 초 자연주의를 느끼게 됩니다. 구정 지나서 빕도록 하겠습니다.

 

직장 생활속에서 가끔 해외 출장을 가게 되는 경우가 있다. 처음에는 너무 들떠서 준비하느니라고 정말 바빴다.

뭐니 뭐니해도 돌아오면서 선물을 사들고 오는 관습에 맞추어 생각하고 준비하는 일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막상 떠나고 해외와 보면 가장 생각나는 것은 아내와 같이 올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좋은 구경도 하게 되고 혼자서 만이 보기에는 너무 아깝고 곁에 있어야 할 사람이 있다면 팔 가볍게 끼고 함께 구경할 아내 생각 뿐이다.

회사가 함께 가게 할 수는 없는지 거기까지 배려를 하여 준다면 좋은텐데 억지 짜증도 내어 본다. 

아주머니 이 꽃 한다발을 이 주소로 이 시간에 맞추어 보내주세요.

장미와 주변에 분위기를 띄우는 안개꽃을 섞어서 제법 큰 꽃 다발을 주문하고 해외 출장을 두번째 떠난다.

공항을 이륙하면서 조용히 생각한다. 아마도 이 시간 쯤이면 나의 이름이 적힌 꽃 다발이 아내 앞으로 도착하였을 것이다.

여보 혼자가서 미안해 돌아오면 정말 잘해줄께 거짓말이 될지는 몰라도 이 순간 마음만은 너무 절실하고 사실이다.

 

이렇듯  이 세상 살아가면서 여러 친구들 중에 항상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벗으로 지내는 동창 친구들이 있어 좋고,

옛날 이야기를 서스럽없이 할 수 있는 후배 친구가 있어 좋다.

오늘도 집에서 함께 자고 한 솥밥에서 밥먹고 지내며 잘해 준거라고는 생각이 안나고 못해주고 서글프게만 해 주었던 생각만 나는 친구,

옛날 일만 떠오르면 가슴앓이 같이 마음 아픈 친구, 

제일 잘 주었어야 할 친구인 아내 친구가 있어,

오늘을 살아가면서 너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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