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박박사님들

마음의행로 2009. 1. 27. 12:16

달고~ 달고~ 달고 시원한 과일이 왔어요 달고 달고 시원한 과일이.......달고~

빌라동으로 이루어진 마을 길은 3갈래로 나누어져 있다.

매주 두번씩 정기적으로 열 한시경에 나타나는 과일 아저씨의 생활에 벤 목소리다.

언제부터 인가 이 마을 사람들은 이 아저씨의 목소리를 기다리게 되었다.

어쩌다 그날 오지 않으면 무슨 걱정부터 할 정도이다.

이 아저씨가 아프나 아니면 불손하지만 차를  몰고 다니면서 혹 사고라도 난 것은 아니나 등 걱정까지 하게 되었다. 

작은 트럭에 과일을 싣고 다니면서 과일을 파는 아저씨이다.

철에 맞게 항상 과일을 사다가 동네 아줌마를 상대로 파는 아저씨이다.

 

"달고~ 달고~ 시원한 과일이 왔어요 달고 ... "  와!  달고 아저씨 왔다 가봅시다.  

순이 엄마 빨리 나와  우르르 아줌마들이 모여든다. 가격도 적당하고 물건도 적당하다.

어쩌면 이 동네 수준에 딱 맞는 종류와 가격을 매기는지... 모두들 다른 곳에 가지 않고 이 달고 아저씨한테서 과일을 일년 내내 공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도 참 재미 있는 비밀이 하나 숨어 있다. 과일을 아주머니들에게 맛을 보여 주며 감정을 맡긴다.

그 평가에 의해서 사게되는 마음이 일어나게 됨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 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이것 얼마씩해요?  하고 물으면  스무게에 오천원 오천원입니다.

아줌마 하나 잡수어 봐 이보다 맛잇는게 없을께유 사투리 포함하여 아줌마들의 구미에 적절한 반말 조금 섞인듯한 어투에도 기분 나뿐 사람은 하나도 없다.

거기에 말은 스무개라고 했지만 비닐 봉지에 담아가는 것은 아줌마들 자율에 맡긴다. 

스무개만 가져가는 아줌마들 나와 보라고 하면 한 사람도 없을거다.

보통 스물 두서너게를 담고 아저씨 스므게 담았어 여기 오천원 나도 오천원 하고 오천원을 서로 내민다.

이 아저씨는 절대 세어 보지 않고 아줌마들 다 그런줄을 알면서도 웃으면서 금요일날 또 봐요. 다음을 기약까지 한다.

고마워요 다음에 뵈요 하고 골목길로 빠져 나간다.  달고~ 달고~ 시원한 과일이 왔어요 달고 시원한 과일이 왔어요.......

 

처음 달고 아저씨는 아주머니와 둘이서 다녔다.

그러던 어느날 이천원에 스므개씩하던 자두를 아줌마들에게 팔면서 두서너개씩 더 담는 것을 보고는 아주머니 3개씩이나 더 담으면 어떻게 해요,

하고 짜증이 조금 목소리로 따진다. 벌써 담는 수량을 옆에서 세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야 스므개야...... 서로 엉거 주춤하던 차에 이 달고 아저씨가 나선다 맞아 스무개가 맞아 어서 가져가세요.

아주머니도요 옆에서 조금 더 담았을 법한 아주머니한테도 어서 들고 가시란다.

동네 아줌마들이 가고 난뒤 조그마한 말 다툼이 시작이 됬다.

당신같이 장사하면 뭐가 남겠어 서너개씩 더 가져가는데 이래서 내가 따라 나선다니까.

여보 그냥 나둬 누군들 몰라서 그러나 당신도 옛날 과일 사먹을때 똑같은 심정 아니었어 ... 

다 그 아줌마들 때문에 우리가 먹고 사는거여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고 간 다음날 부터 달고 아내는 나타나지 않았다.

 

달고~ 달고~ 시원한 과일이 왔어요 달고 달고.....  동네 어귀에서 부터 목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 온다.

오늘은 아줌마들이 빨리 나타나지 않는다. 그저께 일어난 일 때문에 마음들이 조금씩 상한 모양이다.

그래도 옆집 아줌마가 나서서 과일을 사더니 순이 엄마 빨리 나와 달고 아저씨 혼자여 어서 와......  한 사람 한 사람씩 나와서 과일을 산다.

전에나 다름 없이 달고 아저씨는 아줌마들이 담는대로 판다.

옛날로 다시 돌아온 모습에 동네 아줌마들은 은근히 마음이 기쁘다. 다시 시작이 된 것이다. 웅성 웅성 모여들어 과일을 또 사간다.

 

달고 아저씨는 일주일에 세 동네를 돌고 다닌다고 한다.

매일 트럭에 가득실어 마을에서 다 팔고 나간다는 것이다. 그러니 수입은 충분할 것이었다.

어쩌면 그렇게도 아줌마들의 마음을 꿰뚫고 있을까?  가격이며 품질이며 갯수며 거기에 적당한 반말로 아줌마들 꼼짝도 못하게 하면서 말이다. 

4년차 쯤인가 옆 스물일곱평 짜리 아파트를 하나 샀다고 한다.

모두들 부러운 눈치이고 잘했다고 칭찬이다. 또 이 삼년 더 하더니 전경대 앞 목 좋은 일층 가게 하나를 샀다고 한다.

너무 혹독 하리만치 몸을 혹사하고 났더니 더 돌아다니면서 장사하기에 벅차서 이제는 가게를 아예 사서 앉아서 장사를 시작하였다고 한다.

이 아저씨 고객관리 대단하시지만 더한 것은 어느해 배추값 한통에 2천원하던 해 시골에 내려가서 직접 배추 한차 가득 싣고 와서,

동네 아줌마들에게만 한통에 5백원씩 원가에 팔아 고객을 관리 하신 분이시다.

 

야 큰 얘야 너 구두 뒷축이 그게 뭐냐. 다 닳아져서 찌그덕 소리가 나서 시끄러운데 뒷축을 고쳐 신어야 할것 아니냐.

오늘 벗어 놓고 다른 신발을 신고 가라 엄마가 고쳐다 놓을께 ...     엄마 노릇하기가  정말 어렵게 느껴진다.

뭐하게 저런 것까지 다 맡아서 할까? 놔 두고 저희들보고 하라고 하지 아니면 말고.. 쯧 쯧   

그래도 아내는 신발을 고치러 아파트와 초등학교 사이 모퉁이에 있는 구두 수선가게로 나간다.

어느날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구두를 닦으러 회사 근처에 있는 구두수리 센타에 들렸다.

알미늄 샤시로 만든 조그마한 가게에서 18년 동안 이일을 하여 오고 있다면서 구두를 한번 보시더니,

선생님 구두 뒷축이 곧 넘어갈것 같네요 갈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의미를 서로 알고 있다. 뒷축에 달린 구두 창 다음에 갈아 달수 있도록 한 곁창이 어느선을 넘으면 안되는 지점이 있다.

이를 넘기 전에 곁창을 갈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 가는데 얼마예요? 칠천원 입니다. 그럼 갈아 주세요.

구두 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벗겨내고 청소하고 창에 풀을 붙이고 시간을 끌었다가 불에 구워서 붙이고 난 후에 칼로 삐져 나온 부분을 곱게 잘라내고 망치로 몇번 두둘겨서 완전히 붙도록하고 난 후 이제는 구두를 닦는다.

덕분에 구두 닦는 값은 절약이 된 셈이었다. 가끔 구두 닦는데 3천씩 내고 닦는다.

 

그런데 퇴직 후에는 내 스스로 닦아 보아야 하겠다고 맘 먹으면서 구두약을 하나 아내보고 사달라고 했다.

옛날이나 지금도 말표 구두약이 그대로 존재하고 있었다. 군에가서 배운 실력을 발휘하여 30여년 만에 구두를 닦았다.

먼저 구두를 솔로 먼지를 다 털고 구두약을 두텁게 골고루 바른 다음,

깨스레인지에 불을 붙여 거기에 구두를 갖다 대면 구두약이 녹아서 구두에 약이 고르게 잘 달라 붙을 뿐만 아니라 녹은 구두약에서 광이 번쩍인다.

그러나 조금만 지나면 광은 없어지고 만다. 이제부터 실력이 발휘되어야 할 시간이다.

구두 닦는 수건에 구두약을 약간 바르고 구두에 침을 뱉어 가면서 광을 내기 시작한다.

몇 번에 걸쳐 하였지만 광이 시원치를 않다. 구두가게 아저씨와 똑 같은 방법이고 군대에서 터득한 방법을 동원했지만 영 시원치가 않다.

왜 그럴까? 수건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구두 약의 종류가 다른 것일까? 어쩔 수 없이 신고 나간다.

구두가게에서 닦으면 일주일을 신어도 먼지만 털면 됐는데 내가 닦으니 이틀도 못간다.

 

구두 뒷축이 거의 닳을 무렵 아내에게 구두게게에 가서 뒷축을 바꾸면서 구두약을 하나 거기서 사 달라고 했다.

그런데 잘 팔려고 하지를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10여년간 단골이니 어쩔 수 없이 하나 남았다고 팔았다는 것이다. 

구두는 내가 가서 찾으러 갔다. 마을 토박이 한분이 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고 하게 되었다.

 

이 아저씨가 이 구두가게를 하게 된 것은 말단 공무원을 하다가 다친 후 몸때문에 덜 움직이며 할 수 있는 직업을 찾다가 시작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은 너무 어렵고 잘 되지도 않고 했으나 숙달이 되면서 손님도 늘고하여 두 애들을 대학까지졸업시키고 하나는 취직을 하고 막내는 취업 준비 중이라고 한다.

어쩌다 장사 이야기에 나라 걱정까지 하시더니 이 골목이 전에는 정말 장사가 잘되었는데,

무슨 백제토기가 나온 뒤로는 개발 구역에 묶여 재 개발을 위하여 집을 모두 내놓고 헐어 버린 곳에 재 개발을 못하게 한 뒤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재 건축은 못하니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구두가게 아저씨는 내 신발을 보더니 건강하시네요 한다.

어떻게 알아요? 물어 보니 나는 구두 뒷축 닳아지는 모양만 봐도 이 양반은 어디가 안 좋은지를 안다는 것이었다.

신비롭다. 어떻게 구두 뒷쪽 모양을 보고 아픈 곳을 알 수가 있단 말인가.

오랜 이 세월 속에서 겪어 얻은 경험에서 알아낸 훌륭한 작품이요 그 분만의 비밀 일 것이다.

아저씨는 똑 바로 걸어서 구두가 둘 다 빤듯이 닳아졌잖아요. 이런 분은 대개 건강하고 마음도 어쩌고 저쩌고 하신다.

참 오늘 좋은 경험을 하나 듣고 배우게 되었다. 이 아저씨 저래뵈도 이 마을 상권을 다 쥐고 있는 분이예요.

상점 하나 하나 손님이 많은지 적은지 저곳에는 무엇을 하다가 망했고 왜 안되는지 다 아는 분이예요. 따라갈 사람이 없어요..... 

집에 와서 그 집 구두약으로 구두를 닦아 본다. 정말 귀신같이 구두에서 광이 번쩍인다.

야 그러면 그렇지 내가 왕년에 군대에서 구두 닦을 때 두번째 가라하면 서러운 놈인데 약 때문이었잖아,

구두약이란게 구두 가게에서 있는 것과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는 종류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나는 깨닳았던 것이다.

 

여보! 이 할머니한테서 사 갑시다.  

잠실 2단지 앞 길가 노점 상가에서 야채를 조금 사가면서 하는 아내의 말이다.

이 할머니는 바로 앞전 손님과 다소 옥신 각신 하셨다고 하신다.

물건을 들어 이리 뒤적 저리 뒤적하여 놓고 사지는 않고 간다고 해서 서로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채소는 뒤적이고 나면 물건이 상해서 제 값을 못받기 일쑤이기 때문에 가장 싫어하는 손님이 바로 뒤적이는 손님이라면서 말씀하신다.

나는 이 바닥에서 채소 장사를 하지만 얼굴과 표정, 모습만 보면 물건을 살 사람인지 아닌지를 다 알 수 있지 라고 말씀하신다.

얼굴에 쓰여 있는 것도 아니고 표정을 어떻게 읽어야 살 사람인니 아닌지를 알 수 있을까? 

바로 살 사람인지 말을 시키고 애 달게 한 후에 살 사람인지 앞 손님처럼 물건만 뒤적이다 트집 잡은 후에 안살 사람인지 어떻게 알아 낼 수 있을까? 

이런 세상에!!!   박사보다 더 잘 아는 눈을 가진 이 할머니는 그 비밀을 어떻게 파악하고 간직하고 계셨을까?

귀신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 아주머니는 그럴 사람이 아니로구먼 그래 뭘 사시게? 쑥갓 좀 사서 생선찌게에 올려 먹으려고요. 

그럼 조기 찌게에 넣어 먹으면 그만이지. 얼마어치나 줄까. 한끼 먹을 것이니까 이천원 어치만 주세요.  그래요.... 하시면서  쑥갓을 비닐 봉지에 곱게 넣어 주신다.

 

세상을 살면서 나는 이 세분 이야기를 우리 애들에게 들려 주었다.

나는 이 분들이야 말로 박사 중에 박사라고 생각을 한다.

그 박사 학위증이 없으면 어쩌랴 동네 아줌마들 마음을 다 꿰똟고 과일 팔아 아파트 사고 가게까지 마련한 달고 아저씨.

구두 가게 하나로 자녀 둘을 대학까지 보내고 구두 뒷축 닳은 모양으로 아픈 곳까지 알 수 있다고 하신 그 구두 가게 아저씨, 

노점상을 하시면서 물건을 살사람인지 아닌지 신랑이를 하고 난 후라도 사 줄사람인지 아닌지,

뒤적거리다가 말고 사지 않고 갈 사람인지를 다 아신다고 하신 그 할머님.

 

이 분들이야 말로 박사증보다 더한 증이 있다면 드려야 할 분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생활 속에서 얻어낸 비밀로 생계를 꾸려 가시면서 성공하신 이 세분 박사님들에게 나는 박박사님 칭호를 꼭 붙여 드리고 싶다. 

박박사님들 행복하세요.

건강하시구요. 그리고 오래 오래 사세요.

'살며 생각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와불사  (0) 2009.02.06
세 친구가 있어 좋다  (0) 2009.01.30
여행 끝에서  (0) 2009.01.25
사라진 고향  (0) 2009.01.12
좋은 일이 있거든  (0) 2009.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