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 5

마고의 시간

거울 속의 내가 나를 본다면 과학이 필요하겠지, 인공지능은 해 낼 수 있을 거야 그럼 내가 보고 있는 세상이 나를 보는 것처럼 출연한 영화를 내가 보듯이 가끔 시간을 돌리고 싶을 때 가지고 간다 그 연장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던 빛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다가 멈추면 바로 그 점이 지금이었다는 걸 내가 파고드는 놀이다 그건 빛의 이야기잖니, 시간 이야기를 하고 자 하잖아 아유, 은유라는 걸 왜 배웠게 어머니가 보고 싶으면 마찬가지야 어머니 일상을 다 가져다가 비춰줘 봐 어머니에서 마고할미까지 살아 돌아오실 걸 거 봐 시간이 바로 우리 앞에서 나오잖아 시간이라는 거 흐름이 아니라 사물 속에 숨는 거 네가 가진, 본, 경험한 모든 것에 박혀 있어 꺼낼 수 있는 길은 바로 너뿐이야, 네 인생이잖니 시간이 자..

시 글 2023.12.27

블로그 여행

빈틈을 내어 블로그를 둘러본다 마다마다 행적들이 들어가 있다 일상이고 삶이고 길이다 사실이고 진솔하게 누구에게 편히 전하지 못하는 이야기까지 마음 한 구석을 이리 쉽게 전해 보게 되는 시스템, 자기표현을 전달해 보고 싶은 바람을 구현해 주는 인터넷 그리고 사이트들 고마운 세상에 살고 있다 어느 곳에서는 상처와 한 편은 위로를 받는다 나를 들어내 놓은 대가로 보면 편하다 자연처럼, 사는 의미나 존재를 그냥 두고 살지 못하고 존재를 드러내야만 하는 남기려는 사람들 어떤 이유가 있을까 그동안 살아왔던 흔적을 거의 다 지워버린 지금, 공백 상태에서 고목에 새로운 가지 하나를 피우려고 하는 지금을 보며 어떤 것을 하려고 이러하지 자문해 본다 산다는 게 뭘까 뭘 남겨 두고 싶다는 걸까 나무처럼 살다 가면 될 터인데..

살며 생각하며 2023.12.24

길 없는 길

산책을 하다가 침을 맞았어요 따끔할 거예요 자국이 자꾸 흐렸다 그럴 땐 도서관을 들락였다 핸드폰 속에 꽂아 들고 다니기도 했다 누구는 빗물에 쓸려가는 낙엽에 가 보라 했고 불쌍히 여기소서 예수가 돼라 했다 세상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는 복사판이라서 정착지를 얻지 못했다 정말 침을 맞았다 걸을 수가 있었다 바늘이 시를 찔렀다 그는 말했다 길은 당신이 가지고 있어요 도움말은 비슷비슷했고 맞는 말일수록 애매했다 차라리 '죽어 그러면 살 거야'를 듣고 싶었다 셧터를 누르세요 이렇게 공중을 날으는 바람이 소리로 보일 때까지 외침하나 잡고 걸어가고 있다

시 글 2023.12.08

대지라는 어머니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바람이 어떻게 살갑게 살랑거렸는지 햇빛이 어떻게 잎으로 눈이 되게 해 주었는지 어떻게 땅이 당신을 세워 주었는지 지금 왜 춥다 말하지 않는지 가을을 마름으로 매듭하고 겨울을 대나무처럼 꼿꼿히 견디어 봄을 어디에 피울 지 준비하고 있는지 잎이 땅에 수 놓은 숨결과 눈오면 마중할 어깨 동무를 어느 촉촉한 봄의 날에 순명으로 돌아갈 대지에 엎드리고 있음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ㆍㆍ 또 내제된 봄을

시 글 2023.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