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 4

벌벌레 먹은 미소

벌레 먹은 미소/곽우천 쌍석이가 누구예요 ㅎㅎㅎ 그러실 줄 알았어요 선생님 성적표는 둘 다 100점이라서 첫 젖 물릴 때부터 먼저를 찾기 힘들었던 그녀 무슨 동물인가 싶어 낯 뜨거웠던 동네 어머 경사 났네 우리 동네 귀가 마음에 걸려 있었던 여직 가시지 않는 때 네~ 미소 속에 숨어 있어요 찌르세요 살짝 옆구리를 쌍호는 간지럼을 참고 좋아해요 명사 하나 덧 댄 형인 쌍석은 으젓해지고 동생이 된 쌍호는 늘 부족한 한 줌 아차 싶었었단다 두 켤레 고무신을 가지고 와서 어느 것이 내 것이냐고 쌍호는 네가 먼저 신어보렴 그게 네 것이다 인정을 받는다는 거 하늘도 알아주는 차별화 세월이 가도 남을 화석 같은 것 2억 5천만 년을 견디고 부르짖어 새카맣게 타버린 벌레 먹은 미소를 지지 않고 폐 속에 담아 두었던 쌍..

시 글 2023.02.23

내 옆에 서 주세요

내가 왜 이 글을 쓰는지 이상할 겁니다 발이 넓으면 훤히 알려지거나 알게 되는데 그렇지를 않네요 크기와 모양새가 다르고 아프리카 나라에서 왔는지 검은색 비단도 있나요 비슷해요 나를 따라다니는 달은 하늘을 고집합니다 땅에서 죽어도 발을 떼어놓질 않는 게 있습니다 눈, 코, 입, 귀 없고 걷거나 앉아있는 걸 보면 투명 인간 아닌가 만져봅니다 칼로 쳐보아도 잘린 자국 흔적 없어요 혹 영혼일까 침대 생활을 안 좋아하는지 바닥으로 누워 삽니다 신밧드 손처럼 키를 늘렸다 잡아당겼다 그러니 가만히 보며 관심이 없을 수 없지요 이걸로 스무고개 게임 끝이 아닙니다 펄펄 끓었던 용광로 속에서도 살았고 냉혈 얼음 속에도 들어가 있었습니다 태양의 눈물 속에서 땀 흘린 적도 바위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부처가 된다 했어요 묻고 ..

시 글 2023.02.18

뻐꾸기 둥지

물의 방향을 거스리는 힘이란 팔 길이에 배 넓이를 곱하는 노 젓는 공식 잠실 나루터 팔당사이에 이르는 베르누이* 이주길이다 암사에서 더 작은 배로 이사하고 미사 나루터로 달밤에 밀려 난 가족 좁아진 강폭 배불데기 된 배의 무게는 가전을 강물이 삼켜 넘겼다 강을 막아선 팔당댐 구부정 허리는 뱃길 끊는 절벽이라서 전. 월세 내고 살아 온 그 종점 팔짱 낀 두물머리 넉넉한 풍경과 해바라기 전원주택 쑥쑥 자라는데 경화사족 떨겨 난 세자의 비련일까 아직 거쳐 구치 못한 뻐꾸기 부부 장부에도 없는 아슬아슬한 무허가 배꼽만 한 얼기설기 나무 둥지에 올봄 알을 낳기로 *베르누이 정리 유체가 흐르는 속도와 압력. 높이의 관계를 수량적으로 나타내는 법칙

카테고리 없음 2023.02.14

걸망

대문 나설 때 마당발 어머니는 자식을 다시 낳았다 세상이 둘셋 있다는 걸 알았을 무렵 접히지 않았던 옷고름 샘 물가를 적시었다는데 발걸음 한 번 뒤돌림 없이 막대 걸망은 막대 걸망이 되리라고 막아선 번뇌가 벽이라서 숲의 눈 개수만큼 이어서 바람 깎는 보리 석탑을 돌고 땡볕 말리우는 말들은 경전을 깨고 나온 풍경 소리되었다는 천둥은 더 많은 가지를 첬었다네 어디서 무엇부터 끊고 베어야 하는지 순번 없는 죽음처럼 사람이 바로 산다는 게 죽어 제사상에 울린 절 받는 한 마리 북어가 된다는 걸 알았더라면 색이고 공이고 삶과 죽음 사이 무의 한나절이야 여기 마당입니다 스님 불 들어갑니다 어떤 세상 걸망에 넣고 다시 가시는지요

시 글 2023.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