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 7

붙잡아 가소서

하늘을 잡으러 교회에 갔습니다 물고기를 잡으려면 베드로의 투망이 있어야 요셉의 꿈을 꾸면 하늘도 가능할까요 잡는다는 것 누구에게 붙잡힌다는 것과 같은 상반수 잡을 수도 붙잡힐 수도 있다면 수수께끼 같은 꿈일까요 인생처럼 손바닥을 모으면 잡을까 주려 엎드려도 보았습니다 빠져나간다는 것 빠져나가지 못하는 게 있다는 말 투망을 내 걸었습니다 그곳에 인침을 붙여 놓습니다 두 팔을 벌입니다 붙잡아 가소서

시 글 2023.03.25 (20)

뻐꾸기 들 산 날아

향 꺼내 봄을 피워낸다는 매화 속에 얼음 삭이고 나온 개울물 소리 속에 갑자기 총각 너른 들판에 노래가 있었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그 앞 개울 어덕에는 2월이면 나팔 동백이 입술 동그리고 순결 찾아다닌다는 봄 철새 따라 아지랑이 돌아올 기척 가까웁고 고니 경안천에 날갯죽지 힘 기르려 철을 못 떠나고 남쪽 아랫목 온기에서 꿀은 트럭에 날려 북으로 시간을 타는 비행이 바빠집니다 바닷물 순간에 들어차고 목욕탕 물 한꺼번에 올라오듯 동백 복수초 매화 개나리 변산 바람꽃 산수유 목련 벚꽃 울긋한 바다가 거품처럼 올라옵니다 언덕 근처 종달이 공중 짝짓기 신음 안으로 들어다 볼까요 뭘 잘못 찾고 있나 봐요 삼월 삼짇날 처마 둥지 찾아온다는 박 씨 소식 물고 올 제비를 만납니다 찾을 게 너무 많아 봄 ..

시 글 2023.03.22 (30)

나이 든 하루

네가 아픈 신호를 보내왔지 아버지 전립선 비대증처럼 자꾸 끊기는 것이었다 진공관 라디오 회로를 구성하던 푸르름은 캄캄한 손톱 속으로 들어가고서 블랙박스가 된 세계 IT 전공을 어디에 두고 다니냐는 하늘 같은 딸 스윗치가 치과의사 이빨 바꾸는 방식이냐고 널 달은 애 하나를 골랐다 진단보다 앞서는 건 X-ray를 찍어두는 일 입과 똥꼬 사이 끊긴 회로를 수술하고 S•W를 off하니 환해지는 화장실 거꾸로 해도 켜지는 전공 회로란 왔다 갔다 깜박이는 이어지면 풀리는 신경통 찍어둔 사진 하나, 잃었던 하루를 베껴 살린 잔소리, 타박 견딘 귀찮아 진 전공

시 글 2023.03.12 (34)

그러니까

그러니까/곽우천 그때가 50년 전 오늘쯤 옛을 끌고 오면 어딘가 약달콤 한 게 달이는 것 같다 그 총각 밥 먹는 걸 보니 어찌 그리 입맛살 있게 깨무는지 아궁이 불 들어가는 소리가 사윗감이더라 초등 2년 13w 유리 알 속 불은 먹을 게 없어서일까 씹는 소리조차 삼킨 침묵의 밤을 뚫고 나와 초록밥 먹은 다니엘보다 더 밝은 방안이었다 대갓집 담뱃대 긴 불 뻐끔 삼킬 때 쓰던 촛불은 지친 하루 끝에 도착한 가난한 제사상 머리 구석에서 곡비 흘려 맺힌 머릿속 한 방울 쪼르르 맑게 해 주던 어미의 갈증 여름밤 풀밭에 짝놀이하던 반딧불이 천자문 앞 꽁무니에 별똥별 깜빡이를 켜고 숨 내쉬면 책상에 쌓이던 긴 문자들 통나무 불고기 구이를 훨훨 하늘에 올리는 번제 소리는 누구의 사윗감 목소리일까 어젯밤 하늘에 그림 그..

시 글 2023.03.08 (42)

인과 연

인과 연/곽우천 직장을 몇 번 거꾸로 입사한다 거울이 화장실에 종일 찌푸린 인상이었다 네 발 짐승 하나 새 한 마리에 이삼일 날으는 고양이가 된다 줄기에 잎을 양쪽으로 단 아카시아 오빠 동생에게 떼어 주고 자기 몸을 하나씩 가위 바위 보를 한다 올림픽 공원 황새 한 마리 가지 끝에 호수 생각에 골똘하다 사진 한 장에 날아간다 그는 땅으로 가겠다고 땅에서 뛰어내리려 했다 한다 머리 뒤에 결정을 살아야 하는 잡힌 사람 책은 이를 등이라 하고 세상은 한 점도 없었다 변화란 인과 연이라면 생긴 구름 한 조각 하늘에 사라질 일

시 글 2023.03.05 (15)

그때가 그러니까

태어나기도 전 나는 만들어지고 있었지요 시커먼 두 구름 사이로 번갯불이 치고 비가 오고 충돌은 역사가 되는 순간이라나요 내 아버지 몸을 떠나오면서부터 어머니 뱃속으로 들어가 우주는 따뜻한 곳이라고 둥근 하늘이라고 세 살 때 외갓집 고개를 넘을 때 산 중턱에서 눈을 떴어요 처음 아빠도 엄마도 보였어요 봄이었어요 머리에 현기증이 있었는지 피잉 소리가 귀에 멀리 갔다가 가까이 왔다 그게 봄의 말인 줄 알았지요 다섯 살 때 가족을 알게 되었고 이름을 그때 알았습니다 빛달래, 비달속, 빛끌마, 비달사이 빛을 주소서 비속에서 태어났다 빛을 끌어당겨라 비사이에서 태어났다는 뜻 이름입니다 앞으로 진달래라고 부르지 마세요 각기 다 이름이 있으니까요 재미있는 사실은 내가 나오니 세상이 있더라는 이야기이지요 우연히 세상도 ..

카테고리 없음 2023.03.03 (20)

타벽

서릿발 선 땅이 옥문을 열 때 골짜기 어데선가부터 물방울 맺히기 시작하고 바람이 동. 서로 하늘과 땅 통음을 삼겼다 겨우내 밟혔던 청보리, 고개를 들고 바람의 냄새를 이해했다 벽을 치는 소리에 귀를 벽에 쫑긋 붙였다 자음은 얇게 "딱(ㄱ), 딱딱(ㄴ), 딱딱딱(ㄷ)" 두껍게 ''똑(ㅏ), 똑똑(ㅑ), 똑똑똑(ㅓ)" 타벽통보는 벽을 타고 동시 번역이 되어 감방을 해석했다 "삼월일 일 정오 독립만세로 대한을 깨우자" 딱딱딱.... 똑똑똑.... 벽을 치는 소리는 글이 되었고 목청이 되었다가 함성이 되었다 2월은 그렇게 마지막 밤을 숨 죽였다 소리 없는 찬 계곡물이 빈 창자 속을 지나갔다 삼월일 일 정오 대한민국 만세~ 서대문 구치소 옥문이 놀래 열렸다 대한민국 만세~ 구치소 벽이 깨어지고 넘어졌다 대한민국 ..

카테고리 없음 2023.03.0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