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416

반나절의 찻잔

아직 올드 걸 둘 무료 급식소에 서 살고 있다 대학은 끝내 속 빈 학문으로 비치고 말 것이려나 여직 빈 가슴살을 빨아내고 있다 막내딸과 손자가 집에 왔다 오래된 두통을 이민 보냈다 한다 대형 병원 의사는 허공, 스스로 AI 의사가 되었고 주사는 고용했단다 칭찬해 주고 싶은 잔의 색갈이 예쁜 오후 미인을 낳아 준 부모 우리 썩 괜찮지 않아 옆지기에게 살짝 던진다 학이진 전술에 걸렸나 뭔 일이에요 부모님께서 다 떠올려 주..시고 알아챘는지 분위기 '여왕이신 우리 엄마' 오래된 안개가 옅게 걷히어 가는 밝은, 친구가 많은 초딩 내 방은 함께 노는 따뜻한 생각 하나 자라고 턴 테이블이, 오늘의 손금이랄까 감정선을 둥글게 찻잔을 타고 흐른다

시 글 2024.03.16

했어

내가 너를 만났을 때 그냥 너였어 그냥 너였어 바람이 지나갔어 지나갔어 냄새도 없었어 없었어 근데 말이야 우물거렸어 우물거렸어 알고 싶은 거야 그냥 지나갔는데 없었는데 우물거렸는데 분위기가 이상해졌어 이상해졌어 알 것도 같았어 같았어 말이 우물거렸어 끌쩍거렸어 네가 살아나는 거야 살아나는 거야 내가 나타났어 나타났어 처음으로 나를 보았어 나를 보았어 신기했어 신기했어 신기하기로 했어 했어

시 글 2024.03.12

너는 어떻게 와

사춘기 아이 어제 오전은 마이너스 3 깃을 세우는 십삼 도 체온 오후 에어컨이 몸의 끈을 살짝 끌러 가만히 하늘의 문을 열어볼까 말까 날더러 출근하라는지 말라는 건지 벚나무 가지가 벌의 채비를 염려하는 이른 아침 눈비 많아 새파래져 올라온 골짜기에 초등학교 골목 찰랑거리는 물빛을 입고 나온 이끼 얼굴 채비를 하든 핑게를 물든 맨 먼저 댓글을 다는 산수유 산 녹은 도시락을 열자 쉬파리 벌써 알아차린 등산 딱따구리 홀벗은 나무 가지 뒤에 숨어 몸통 목탁을 구르는 궁금한 소식 어디에 숨었다 동쪽 바람 맛을 알아차린 숲의 끄덕임 아마추어 애호가가 그리는 날들을 채우려 하는 백석 이래저래 연민 같은 눈 미지근한 젊은 내음 가지고 꼭지에서 몸을 내리는 세면대 파도가 파랑의 몸을 몰고 와 모래밭에 하얀 휘파람 결을 ..

시 글 2024.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