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끝을 아침과 저녁으로 보는 실존 하나 있어요
불덩어리를 안고 속도 걱정 하나 없이 곧장 나아가는
생명의 적혈구 하나와
파란 지붕을 띄우기 위해, 검푸른 물을 가둬 놓으려
날랜 여우가 굴을 파고 살게, 황새가 날개를 접을 수 있게,
강과 바다를 벗어난 세포 하나와
산소 하나에 수소 둘이 어깨를 맞대면
왜 성질은 부드럽고 순해지는지
몸이 마르지 않게 촉촉한 수분 하나와
가지 않은 곳 닿지 않은 어디에도 없이
남을 깨워 흔들어 자기를 알리는
투명 인간처럼 돌아다니는 신경 세포 하나
태양도 땅도 바다도 바람이 여태 살아왔음은
두 떡잎 사이에서 태어난 누구 하나를
세우려 이어 지켜온 순환
그렇다면
작지만 그는 우주 하나가 되어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들 생각하세요
그가 내 영혼의 뿌리였다면
실존은 혹 꽃으로 피어 나왔을까
피고 지고 또 다른 피고 지고를
누구이고 무엇하러 어디로 가는지 보다
하루 분량을 엮어 시로 꽃 피우는
소우주 하나 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