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 나설 때
마당발 어머니는 자식을 다시 낳았다
세상이 둘셋 있다는 걸 알았을 무렵
접히지 않았던 옷고름
샘 물가를 적시었다는데
발걸음 한 번 뒤돌림 없이
막대 걸망은 막대 걸망이 되리라고
막아선 번뇌가 벽이라서
숲의 눈 개수만큼 이어서
바람 깎는 보리 석탑을 돌고
땡볕 말리우는 말들은
경전을 깨고 나온 풍경 소리되었다는
천둥은 더 많은 가지를 첬었다네
어디서 무엇부터 끊고 베어야 하는지
순번 없는 죽음처럼
사람이 바로 산다는 게
죽어 제사상에 울린
절 받는 한 마리 북어가
된다는 걸
알았더라면
색이고 공이고 삶과 죽음 사이
무의 한나절이야
여기 마당입니다
스님
불 들어갑니다
어떤 세상 걸망에 넣고 다시 가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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