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어떤 어깨

마음의행로 2022. 5. 20. 18:03

ㅡㅡㅡ
메타세쿼이아는 수평을 좋아해요
수평이 무기이거든요
하늘이 비를 줄줄 내리면
빨랫줄은 판초우의를 걸쳐요
뙤약볕 무게를 지고선
하루를 버티지요
여름 푸르는 날 평형대에 빨래를 걸면
하늘로 올랐지요
프로펠러 양 날개가 구름을 마셨고요
왼쪽과 오른쪽 활시위가 평평해지면
줄잡이 커튼을 내리고선
호흡을 숨겨 갑니다 외로운 학이 날아올 땐
으드드득 결리는 물을 삼켜요
아마 마지막 중력이었을까
울컥할 때 호수가 떨고 있어요
호수 한 쪽이 수평을 잃어요
어깨가 술 한 잔 하고 싶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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