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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가을을 하나하나 세며가는 산동네는 다람쥐의 잔치상이다
떡 벌어진 하마 입에서 내놓은 알밤이며
스무 살 챙 없는 꼭지 달린 모자를 쓴 매끈한 몸매 도토리
하늘로 튀어 오른 참나무 가지엔
미처 빠지지 않고 까치밥처럼 달린 몇 개의 알들
심심하면 떡갈나무 가지를 흔들어 흔들리는 나뭇잎이 바람을 내어 가을 악보를 풀어내게 한다
자잘 대는 개울물에 목을 축이고서는
닮았다는 쥐의 목청으로 찌지찍 골짜기를 찔러 존재를 과시한다
동안거에 들기 전 다듬어야 할 단백질은
갈잎 속에 한 무덤 바짝 마른 바위 사이에
광주리채 말려 놓았다
나머지는 양지바른 땅 스무 곳에
내년 봄 싹 틔워 잘 자랄 다섯과 싹도 못 내고 썩어버릴 열 자리 꺾일 다섯
뭐니 해도 사는 오늘이 좋다고 양볼에다
도토리 뽈록 품고 하나씩 꺼내 먹는다
하루의 무게로 해가 내려갈 무렵
이 가을과 산고을 주심에 감사를
산허리 암자 부처께 두 앞발로 빈다
다람쥐는 가을을 하나하나 꼬리에 달고
겨울로 가고 있다
다람쥐는 알까 내년에도 가을이 있으리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