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능사리에 가면

마음의행로 2021. 11. 2. 14:10

ㅡㅡㅡ
<능사리에 가면>

과거를 헤집고 사는 사람들이 찾아들었다
무덤은 언제 무엇으로 살았는지
알리지 않음이 알림보다 길어서였을까
비문 하나 없는 묘
어릴적 말랑한 밀랍을 먹고 자랐고
거푸집엔 뜨거운 화로가 있었다는 것
게다가 젊은 시절 아말감빛 화장을 했다는것도 알아 내었다
또 하나는
과거의 늙은 빛과 색에서 급박했던 말굽과 창에 찔림에도 끔쩍하지 않는 부처로 살아
극락으로 가는 연꽃을 피워냈다는 걸
옛 땅을 파고 산다 함은
문화도 과학도 역사도
죽음에 이르기 전 피워낸 꽃들
천 년을 살아왔다는 비밀은
시간이 시간을 거꾸로 먹고 산다는 것
능사리에 가면
아직도 설레이는 염원의 향불 하나
타고 있다

♡사진 : 백제금동대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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