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글

123층

마음의행로 2021. 10. 16. 23:08

ㅡㅡㅡ
가끔 나는 그를 사진 찍었다
비가오고 개일 때 쯤이면 구름이 그를 에워싸기도 하고 그 허리를 쓸어주기도 했다 밤이면 여러 색으로 변하는 카멜레온 같은 그를 바라보며 말을 걸기도 했다
어느 땐가는 화려한 폭죽을 터트리기도 했고 그럴 때는 왜 그럴까 속으로 묻기도 했다
왜 그는 밤이 깊어지면 자지 않고 등불을 켜야하는지를 카메라로 던져보았으나 눈만 끔벅일뿐 그를 말해주지 않았다
그가 심은 발은 지하 깊이 뻗어 있었고
그 큰키로 목이 마를 땐 기린처럼 두 발을 벌리고 고개를 숙이고 호수 물을 마시는걸 보았다
수 많은 설비와 장치들 철근과 콘크리트 무게를 감당하고 사람을 삼키고 상품을 삼키고 돈을 삼키고 그리고 쏟아내는 쓰레기와 자신을 화려한 문명의 앞선 일원으로 나타내려는 밤의 빛을 헤아려 보기도 했다
그를 움직이는 전기적 흐름과 컴퓨터의 쉬잖고 내리는 명령들에 구름이 얇게 덮는 날에는 그가 지금 지쳐 있지는 않을까
Reset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았다 키가 크면 그림자 피해를 줄이기로 유리 몸 닦기를 매일 면도하는 남자보다 더 밀어댔었다
몸도 라운드 처리하여 빛이 휘돌아가도록 해서 그림자를 최소화 시켰고 낙뇌를 이길뿐만 아니라 안에든 모든 생명을 보호하려고 땅속 깊은 곳으로 전하를 내보내도록 회로를 만들었다
많은것을 삼키고 또 많은 세금을 토해내어 주변에게 혜택을 불어넣어 주어는것도 보았다
그는 젊다 힘도 넘친다 자신감도 있다
아무에게나 그를 보여주고 싶어하고
표현하고 싶어한다
그렇지만 그도 힘들어 하고 있는게 뭔지를 찾아내려 이제 시작하고 있다

'혼합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허 참  (0) 2022.01.04
이게 나  (0) 2021.10.21
빈 구석  (0) 2021.10.11
바벨의 고충  (0) 2021.09.28
꾀꼬리  (0) 2021.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