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글

빈 구석

마음의행로 2021. 10. 11. 16:40

벌써 기러기 열 몇 마리가 기억자를 그리며 남쪽으로 내려간다
숲으로 부는 바람이 쏴하니 들어가더니 건너편 강물을 흔들어 은빛 비늘을 뿌려 놓고 간다
땅의 개미들은 땅속으로 들어갔는지 대 낮에만
배고픈 것들과 실적을 못 채운 녀석들만 나와서
허기진 배로 썩은 벌레를 찾아가고 있다
저거봐 돌고래들이 수 없이 뛰어올랐다가 바다로 다시 들어가고 있잖아
세상은 어딘가 빈구석이 있어야 다닐 수가 있다
돈을 버는 것도 구석이 있어서 그 틈새를 찾아야 돼
친구도 빈 구석이 있는 친구를 눈여겨 봤다가 친구가 되는거라구
더운 바람이 다 빠져나가고 나니 썰렁한 바람만 남아
들판을 쓸어나가니 쓸쓸한 뒤에 남는건뚫린 내 가슴 구석
알고보면 물, 바람, 움직이는 물체는 모두 빈 곳으로 움직입니다
심지어 마음이 비면 여러가지가 찾아옵니다 조심해야 합니다
언젠가 나도 마지막엔 네모난 흙 구석을 찾아들겁니다
나는 바람을 좋아했으니 바람처럼 돌아다니려고 합니다
애들한데 적어 놓았지 한강 하구 어느 구석진 곳에
뿌려 달라고 수 억개의 내가 되어 서해로 동남아로 태평양으로 인도양 대서양을 돌고 돌아다니려고요
ㅎㅎㅎ 독백도 이리 맛잇는걸
고독요 ...?
ㅎㅎ
허지만 인생의 빈 구석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찾고 메울건지는 인생의 바람이
차겁다

(빈 구석을 찾아가는 자동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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