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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내가 말뚝을 하늘에 박고 있다
그림자가 점점 길어져 가면
공원은 점점 꼬리를 길게 달고 어둠이 삼켜 간다
말뚝 끝쪽에 낮을 지워가는 호롱불이 달려 있다
쥔장 여기 생맥주 오백 하나 더
술은 밤을, 안주는 새벽을 늘려가고 있다
이 손님은 밤을 길게 끌고 갈 모양이다
가게 안은 작은 해가 벽에 셋 걸려 있다
이 쪽은 저쪽을 저쪽은 이 쪽의
밤을 연구하고 있다
주인의 밤은 오늘도 길 모양이다
손님 한 순배가 떠나고
지금은 밤의 정오 시계침이 합해있다
주인은 길어질 달등을 단다
밤이 배속에 깊이 들어 왔을 땐
몸은 어둠 속으로 해체되려 한다
하루의 밤과 새벽이 한 없이 싸워야
겨우 한 가족이 있다
달은 새벽이 돼서야
하루를 내리고 셔터 문이 내려진다
지독한 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