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모기

마음의행로 2021. 5. 22. 19:20

ㅡㅡㅡ
초 여름날
배고픈 보릿고개를 넘겼다
도시 참새처럼 사람을 무서워도 않는다
허락도, 묻지도 않는다
말라빠진 빈 의자 팔에 소리없이 앉는다
빨대를 가지고 오더니
장대 높이뛰기를 시도한다
장대가 훠더니 높이 솟는다
그 끝은 땀구멍처럼 오목한 땅에 박힌다
선수는 하늘 높이 올라가 강도처럼
매달렸다
내려올 줄을 모른다
죽었나
이탈리아 스트놈볼리 화산이 터졌다
붉은 용암이 빨대속으로 솟구쳐 오른다
식은줄 알았던 지구 저 밑 심장은
아직도 뜨거운가 보다
이 놈아 헌혈을 하려 해도
내 것은 피도 아니라고 빠꾸 맞은 놈이다
다른데 가서 알아 볼 일이지,
허긴 가난해도 도둑 맞을건 있다고
문 단속 안한 내 잘못이다
할아버지는 모기 날개를 조심히 잡고
빨대를 뽑더니 붉은 용암을 쭉 빨아 먹고,~
모기를 가난한 하늘로 날려 보낸다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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