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글

알삼

마음의행로 2020. 5. 18. 23:54

 

회사 생활 초 때였다

지금은 시 지만 당시는 읍이였다

회사 앞 신작로 길을 걸어서 통학하는

학생들이 꽤 있었다

돌맹도 툭툭 차면서 먼지나는 길을 힘없이

가기도 하고 자전거로 다니는 학생도 많았다

길 양쪽으로는 고구마 밭도 있었고

배추밭 수수밭 수박밭 목화밭이 죽 이어졌다

영어를 좋아하였는데

평생 그 기초 위에 나의 모든 영어 실력이 쌓여진

책이 있다

김학기씨가 펴낸 '알기쉬운삼위일체' 였다

처음 이 책으로 학원에 가게 되었는데

얼마나 강의가 감동적이었는지 나의 평생 동안

잊혀지지 않는 책이 되었다

지금도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랜다

착하게 생긴 남학생 둘이 늘 앞을 지나갔다

읍에 학원도 보이지 않고 저 애들은

영어 공부를 어떻게 할까 하고 생각하던 중

어느날 한 학생에게 내 뜻을 밝혔다

그리고 다른 학생에게도 이야기 했다

그리고 방학을 이용하여 두 학생을 가르치게 된다

알기쉬운 삼위일체를

지금도 자신있게 가르쳐 줄 수 있는 뇌에

박혀 있는 책이다

한 달을 마치고 난 후 아이들이 크게 변했다

자신감이 넘치는 학생으로 바뀌고 있었다

보람되는 시간이 지나고 나는 서울로 올라오게 된다

그 순진한 두 학생이 가끔 생각이 난다

어떻게 자랐을까

뭐하고 살까 나이도 이젠 많이 들었을텐데

얼굴은 기억에 남아 있으나 이름은 비어있다

남들은 자전거로 통학하는데 둘은 늘 늦게

걸어서 통학하는걸 보고 애틋한 마음이 들었던

학생이었다 그때가 중3이었으니

지금은 육학년 몇 반 쯤 되었을 것이다

스승은 아니었지만 잠간 함께 머물렀던 인연

건강히 잘 살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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