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글

잠이 안 와

마음의행로 2020. 5. 26. 21:50

할머니가 안 계시니 심심해요
집에 오자 마자 피력을 하는 손자
문 앞에 오면 할머니 저 왔어요 라고
큰 소리로 할머니를 끌어내던 일이
오늘은 없게 되었다
할머니는 여행 가셨다
아빠가 병원에 입원했고 엄마는 병 간호
중이다
그래 오늘은 내가 손자와 저녁을 같이
해야 하는 날이다
욱아 패드 갔다 줄까?
생각을 해 보고요 잠시 뜸을 들인다
눈치를 챘다 엄마가 패드 금지 내린지
꽤 되어 지금 자숙 중이다
할아버지가 엄마한테 욱이 패드 사용하는것
허락 받아 놓았어
정말!! 언제요?
응 욱이 집에서 나오기 바로 전에
아빠 욱이 오늘만 패드 OK 라고 싸인을 했다
자동차 경주 놀이에 푹 빠져 있다
커브 돌기 바로 전에 브레이크를 살짝
잡아 주면 회전하기가 쉬워져!!
사고도 안 나게 돼
뒤에서 가르쳐 주니 사고가 확 줄었다
저녁을 맛 있게 해 주고 놀다 10시가 되어
잠자리에 들게 되었다
할아버지 방에서 같이 자려고 이블 펴 놓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로 손자 수준에 맞추어
시간을 보냈다
잠이 안 오는 모양이다
엄마가 안 계시니 잠이 안 오니?

그래 잠 자리가 바뀌면 잠이 안 올 수가 있어
아빠 욱이 잠 자리가 요란 할꺼야 말하던
생각이 났다
다리도 만져 주고 안아도 주고 잠을 재우려고
애를 쓰다가 시간 반 만에 잠이 들었다
잠을 자면서도 엄마를 계속 찾아 다닌다고
하더니 할아버지 다리에 다리를 올려 놓고
기슴 위에다 목에다 할아버지 몸에다
팔로 끌어 안기도 하고 팔이나 발이나
어디엔가 몸을 데고 자는 습관이 있었다
돌아 누워서 거꾸로 다시 시작 하더니
방 한 바퀴를 다 돌았다
한 시간 쯤 자더니 깨어 일어났다
할아버지 잠이 안와
엄마가 안 계시니 그러니?

이리와 할아버지 팔을 베고 이야기 하자
오랜만에 남의 벼개가 된 팔은 흥얼거렸다
얼만만이지 내가 노래가 나올 정도로
즐거웠던 날이?
팔은 기분가벼웠다
그 언젠가 잔듸에 누워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팔 벼개를 해 주던 아내 생각이 떠 올랐다
그때 감정과는 다르지만 손자의 느낌은
뭉클토록 몽실 몽실 포동 포동
뿌뜻하게 올라왔다
할아버지 아빠는 수술 다 끝났을까
패드만 하는 줄 알았는데
은근히 걱정을 했던 모앙이다
엄마랑 아빠가 그립다
보고 싶다
할아버지 그립다랑 보고 싶다랑
같은 뜻이예요?
어려서부터 낱말 뜻에 날카로운 질문으로
당황도 많이 했다
잠간 하고 단어를 핸폰으로 찾아서
정확한 뜻을 전해 주곤 했다
그래 지금은 비숫한 말이란다
시간 반 쯤 지나 스르르 잠이 들고 만다
나도 꿀 잠을 두시간 반 자게 되었다
포동한 녀석과 잠을 자다니
아침 일찍 일어나 손자 밥을 챙기고
세수 시키고 옷 챙기고 해서 병원으로
가야 한다
생활에 활력소가 새로 생겼었다
뭔가를
준비해야 하고 먹을꺼리도 놀꺼리도
이야기 꺼리도 만들어야 하고
바쁜 스케줄과 새롭게 해 나가야 하는
생동감은
이리하면 치매도 없어질것 같았다
할머니 어머니 할아버지 노릇을 다 했던
바빳던 하루가 즐겁고 생기차고 보람있고
가슴뿌뜻 했고 몽실 몽실 뿌등 뿌등
손자에게서 나오는 새로운 세상 이야기는
하늘의 만찬이요
그의 몸 놀림은 써커스 단의 감동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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