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마음의행로 2020. 4. 25. 08:22

 

도께비 시장에서 약방을

하시던 분이

연세가 들어가시면서 홀로

오래 서 있기가 몸에 부담이 된다면서

약국을 그만 두시고

조금 떨어진 곳에 한약 달여

주는 집으로 바꾸어서

장사를 편하게

잘 하고 계셨습니다

어느날 아들이 혼이 나고 있었지요

군대를 간 아들이 제대를 하고

왔는데 100만원을 모아가지고

집으로 와서 부모님 앞에 자랑

스럽게 내 놓았습니다

그게 탈이 되었던거지요

그 돈으로 친구들을 사귀고

함께 즐겁게 지내고 와야지

짠순이가 되어 홀로 지내면서

적은 월급에서 모아서 오다니

세상 살아가려면 친구가 얼마나

중요한데 못난 일을 했느냐고

한 것입니다

제대의 기쁨과 돈 모아 효도의

기쁨이 몽땅 사라져버린 아들

어찌하오리까

어느덧 세월이 지나 장가를

가게 되었답니다

제법 잘 사는 집안으로 성대히

예식을 마치고 신혼 여행을

다녀와서 부모님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주변 친척 분들께도 두루 인사를

마치고 한 집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3년을 부지런하고 열심으로

살다가 어느날

새 며느리가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어머님 아버님 제가 이 집으로

시집을 왔잖아요

전에 어머님도 그러셨고요

시간이 지나고 나서

어머님도

이 집 주인으로 사셨잖아요

그래....

저도 이젠 그러고 싶습니다

그리 해 주실거죠♡

깜짝 놀란 시어머니께서

어리둥절....

맞는 말이지만

이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며느리가 보통 아이가 아니로구나

하면서도 똑똑한 애가 들어

와서 마음이 한편으로는

든든했다가도 갑자기 외곽으로

빠지는 느낌이 들어 당황했고요

그리고요 우리 가문의 좋은 점은

제가 잘 지켜나가겠습니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도 하겠습니다

어떨결에 '그리해야지' 했던걸

잘 했는지 아니면 아직은

아니라고 했었어야 하는지

기늠을 할 수 없어서

남편에게 묻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며느리를 어떻게 생각 해?

어떤 면에서는 편하게 되었다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세상이

갑자기 허망한 생각이 들었지

안방 주인이 아니라 골방 신세가

되는것 같아서 섭하기도 하고

며느리 잘 왔다 싶기도 해서

뭐라고 따로 이야기도 할 수도

없잖아요 틀림은 없으니...

어찌 보면 권리 선포를 했잖아

너그럽게 받아야 어런스럽겠지!

그날 밤을 시아버지 시어머니는

밤잠을 설치며

며느리 생각했다 자신들 모습을

떠올렸다 왔다 갔다

아들마저 어데론가 사라져

버린 것 같아 허전하고

껍데기 둘만 남은것 같아

답 없는 한 밤을 보냈답니다

그래 똑똑한 며느리 얻은

덕분으로 좋게 생각하고

우리 짐 애기한테 많이 맡기고

우리 둘이서 여행을 자주

다니도록 합시다

돌파구를 마련한 시부모입니다

 

# 심심한 fiction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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