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위 내시경

마음의행로 2020. 2. 6. 11:34

 

점점 음식 맛도 하나씩 잃어가는지

맛있다 하는 음식이 점차 없어집니다

위 내시경을 받았는데

별 이상은 없다고

하면서 살짝 끼우는 말

'위가 나이들어가는 표정이 살짝 있네요

있잖아요

연세 드시면 잔 주름이 얼굴에 하나씩 생기듯'

라고 말을 한다

살짝 서운한 생각이 떠올랐다가

내려간다

인생 1/10 을 순간 포기라도 하는듯

인정을 하고 말았다

입맛이 없어져 가는것 같고

소화도 안 되는 것 같기도 하고 해서

찾아가서 한 내시경 검사

위에 주름살이 보인다니

속상하기도 했지만....

젊은 시절 달고 쓰고 맵고 짜고 시고

폭식에 술도 조금 마셔 본 일도 있고,

나에게 언제 관심 가져 주기나 했나

저녁 2차까지 끝내고 집에 와서

종에게 일 맡기고 잠이 들어버린

주인장 같았지

아침에 또 밥 한 그릇에 국 한 사발

이 반찬 저 반찬 또 집어 넣어 두고

출근을 했지 않겠나

그러니 어떻겠수

내가 이렇게 늙어가고 있다잖아요

입맛에만 관심 두고 나한테

소홀히 한걸

후회 되시는 모양이십니다

주인님

주사 맞고 목구멍에 마취제 뿌리고

손가락 두께 만큼한 관을 입을

통해 식도로 들어가 내 속을 샅샅이

뒤지고 으엑 소리 두 번 내고 나니

다 끝났습니다

5분도 걸리지 않고 참아내니

수면제도 없이

이렇게 쉽게 하시는 분 드믐니다

한다

의사에게도 고맙고 위에게도 고맙고

내가 내 몸 챙기지 않았으니

오장 육부한테서 욕깨나 나한테 했겠다

싶었다

그렇다면 그 욕으로 오래 살려나

ㅎㅎ

넉살 좋은 말로 위로 하고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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