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시골 예배당

마음의행로 2019. 12. 6. 11:25

 

눈이 무릎까지 쌓인 새벽 길

대나무 가지들은 길 양편에서

눈의 무게로 휘어져

동화의 마을로 들어가는 눈 터널을 이루었지

그 건너 편 당산 나무 언덕

양철 지붕 위에 작은 십자가가 세워진

시골 작은 교회

땡그렁 땡그렁 땡그렁....

새벽 이 시간만 되면

권사 할머님이

마을에 들려 주는 유일한 외침 이었어

관솔로 지핀 장작 난로는

일찌감치 교회 안에 피워져 있었고

세로 놓인 신발장에는 고무신발 몇 개와

검정 운동화가 있었지

어서 오너라 우리 새끼들

두 손을 꼭 잡아 주신다

추웠지 무릎까지 눈이 왔는데..

어서 난로 옆으로 가자

크리스마스라고 해야 겨우 색종이로 오려진

몇 개의 조각으로 강대 상 뒷쪽에 붙여 놓은

장식이 전부

오늘 나는 예배 가운데 끼워진

어린이 성가대 지휘자가 되는 날

노래는 두 곡

하나는 4/4 박자 하나는 2/4 박자 노래

산 모양을 그리는 박자 표시와

8자를 옆으로 그리면 되는 지휘자가 됬었지

그때는 루돌프 사슴코도 없을 때

구운 고구마가 조그마한 바가지에 넣어져 나왔다

배 고프지 어서 먹자

초가집 권사님 부억 아궁이 속에서 꺼냈으리라

바깥은 하늘의 축복 받는 모습으로

장독대며 울타리며 측백 나무 위에 눈이 수북하였다

종소리는 눈 덩이 속을 기어다니니면서

허파를 만들어 놓았지

교회 인원 수라야 장년 2십 여명

그리곤 미 취학과 초등학교 학생들

예배당의 사명은 오로지 새벽 종을 치는것

시계보다 정확하게 4시를 알리는 곳으로

마을 사람은 여겼지

하늘의 소리보다 마을의 이야기를

더 귀담아 듣는 곳

가끔 우유 가루 찐 덩어리 하나

노래도 배우고 어린이들 빈 구석을

채워 주던 곳

먼 길 돌아 그곳으로 갑니다

아늑한 아득한 그 옛 예배당

십자가 달린 양철 지붕이

저 트리를 닮았었다

애들아 춥지 어서 들어 오너라

권사 할머님이 손을 흔들어 주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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