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월 그들 속으로 들어가 본다
해마다 이 때쯤이면 그들에게 나를 빼앗기거나
아니면 찾거나를 반복한다
한참 무더위가 시작되고 있다
벌판은 뜨거워지고 숨가픈 삶들이 허덕거린다
홀로일 때는 생각이 깊어지거나 외롭거나 하지
여럿 일 때는 복잡하거나 시끄러울테지
그 숲은 언제나 소요하다
그 순전한 얼굴을 들고 서로를 비벼대고
간지럼을 걸어본다
속삭이는 말소리들은 바람을 불러모아
함께 논다
어께동무하고 부르는 합창 소리에는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간다
언젠가 들었던 선명회 어린이 합창단
노래같이 청명하다
하얀 웃 저고리에 초록 치마
키가 작고 크고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어
몸과 고개를 흔들며 교향곡을 노래한다
그들을 지휘하는 이는 안 보인다
그들을 길으시는 이도 안 보인다
밤새 그들을 지키시는 이도 안 보인다
새벽 동틀 무렵이면 흠뻑 젖은 구슬 노래는
안개처럼 들판에 가득하다
이 자그마한 숲은 누구를 위하셔서도
파티를 벌이지 않는다
언제나 평화로운 합창과 독창과 새소리와
벌레 소리와 바람 소리에 섞어
자기를 길러 주신 이에게 성호를 보내고 있다
찬미의 노래로
찔레꽃보다 더 착한 녀석들
노란 눈망울에 동그란 힌 눈섭은
서양인도 동양인의 눈도 아닌
개망초 눈망울이란다
그들 비밀스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당신은 벌써 신이 되었을 것이다
사사롬을 찾아볼 수 없는 그들을 가리울
거짓도 탐욕도 불법도 애욕의 어떤 그림자도
그들을 가리울 수 없다
농부에겐 귀찮이즘이요
진사에겐 한 여름밤의 꿈
이 세상 끝없이 펼쳐 사는 꽃이
어디 있느냐고 물어보지요
그 흔한 몸으로 기품을 잃지 않고
산다고....
너무 맑고 깨끗하고 순전하여
영혼 자체가 꽃이 된 개망초꽃
가뭄도 밟힘도 날카로운 칼날의 아픔도
피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그들 눈망울 앞에서
나는 또 다른 내를 찾아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