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오월이 가고 있다

마음의행로 2018. 5. 16. 11:44

 

이른 봄에 피는 꽃은 대 부분 꽃이 잎보다 먼저 핀다

이른 봄이라 아직 물이 잘 오르지 않는 싯점이다

또한 해의 길이가 짧으니 잎이 피기 전에 온전한

햇빛을 받고 싶어 한다

탄소 동화작용이 필요치 않고 겨우내 쌓아 두었던

영양이 바로 꽃으로만 가니 꽃의 향과 색이 그 만큼 좋다

산수유 매화 개나리 진달래 꽃을 보라

그런가 하면 좀 지난 꽃들은 잎사귀와 함께 핀다

이팝나무 아카시아 밤꽃 등이 그렇다

하늘 속에서 살다가 땅으로 내려와

실 나비가 된 이팝나무 꽃은

바닥에 이쁜 사진을 찍어 놓는다

서기 보다는 앉는게 좋고 앉기 보다는 눕고 눕기 보다는

잠을 자고 잠을 자기 보단 죽는게 낫다고 바닥으로

내려왔다

하늘 살기 좋다고 까불고 놀다가 철이 들어서 인지

제법한 그림을 땅에 그려 놓는다

실나비가 되어 내려 온 이팝나무 꽃은 판화가 제일 좋은듯

바닥에 납작히 깔리운다

봄비가 제법이다

천둥도 치고 가끔은 우박을 동반하기도 한다

봄의 한 시절 연두색 동산에 뻐꾸기가 울 싯점

오월은

또 이팝나무 꽃과 함께 그렇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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