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개망초

마음의행로 2018. 6. 20. 16:46

 

나는 유월 그들 속으로 들어가 본다

해마다 이 때쯤이면 그들에게 나를 빼앗기거나

아니면 찾거나를 반복한다

한참 무더위가 시작되고 있다

벌판은 뜨거워지고 숨가픈 삶들이 허덕거린다

홀로일 때는 생각이 깊어지거나 외롭거나 하지

여럿 일 때는 복잡하거나 시끄러울테지

그 숲은 언제나 소요하다

그 순전한 얼굴을 들고 서로를 비벼대고

간지럼을 걸어본다

속삭이는 말소리들은 바람을 불러모아

함께 논다

어께동무하고 부르는 합창 소리에는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간다

언젠가 들었던 선명회 어린이 합창단

노래같이 청명하다

하얀 웃 저고리에 초록 치마

키가 작고 크고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어

몸과 고개를 흔들며 교향곡을 노래한다

그들을 지휘하는 이는 안 보인다

그들을 길으시는 이도 안 보인다

밤새 그들을 지키시는 이도 안 보인다

새벽 동틀 무렵이면 흠뻑 젖은 구슬 노래는

안개처럼 들판에 가득하다

이 자그마한 숲은 누구를 위하셔서도

파티를 벌이지 않는다

언제나 평화로운 합창과 독창과 새소리와

벌레 소리와 바람 소리에 섞어

자기를 길러 주신 이에게 성호를 보내고 있다

찬미의 노래로

찔레꽃보다 더 착한 녀석들

노란 눈망울에 동그란 힌 눈섭은

서양인도 동양인의 눈도 아닌

개망초 눈망울이란다

그들 비밀스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당신은 벌써 신이 되었을 것이다

사사롬을 찾아볼 수 없는 그들을 가리울

거짓도 탐욕도 불법도 애욕의 어떤 그림자도

그들을 가리울 수 없다

농부에겐 귀찮이즘이요

진사에겐 한 여름밤의 꿈

이 세상 끝없이 펼쳐 사는 꽃이

어디 있느냐고 물어보지요

그 흔한 몸으로 기품을 잃지 않고

산다고....

너무 맑고 깨끗하고 순전하여

영혼 자체가 꽃이 된 개망초꽃

가뭄도 밟힘도 날카로운 칼날의 아픔도

피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그들 눈망울 앞에서

나는 또 다른 내를 찾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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