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아따부지

마음의행로 2015. 11. 27. 21:04

손자 손녀를 보면 한 없이 즐겁고

해 달라는 것은 다 들어 준다

그리하다 보니 부모에게서 받지 못한

다른 사랑을 얻게 되어 무척이나 따른다

한 없는 사랑이랄까

피곤하기는 하지만 돌려 보내 놓자 마자

보고 싶어 진다

아이들을 키우지 않고 직장 생활하는

어머니들이 참 많다

항상 얻는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소위 기회 비용이라는 것이 이것이다

아이가 자라면서 하나 하나씩 배워가며

늘어가는 경험을 통한 행동을 보고 있자면

얼마나 자랑스럽고 고맙고 사랑스런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런 재미를 듣고 보고 느끼지 못함은

참 아타까운 일이다

그 중에서도 언어를 터득하며 그 예쁜 입을

열어 말을 할 때면 기가 막힐 정도로 좋다

그 모습을 상상하여 보라

천사가 따로 없다

어디 이런 천사가 있겠는가

으으음마 하다가 결국 엄마가 나올 때

빠빠빠 빠아아 빠아빠아 아빠가 될 때

할머니의 ㄹ 발음이 어린이에게는 어렵다

아암머니암머니 아한머니 할머니로 바뀌어 갈 때

마치 새싹이 씨앗에서 세상에 움을 처음 틀 때

노란 싹이 입벌리고 하늘을 보고 말을 하듯

신비스럼과 그 맑은 영혼을 보면서

무슨 생각으로 말을 배우고 하게 될까

생각하면 이런 모습을 어디서 찾아 볼 수 있겠는가

손자 녀석이 말을 배울 때

할아버지가 그리도 어려워서 제일 나중에 이리했다

아무리 할아버지 할아버지 해도

아예 따라하지를 않는다

비슷하게도 않는다

어느날 이상한 발음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직감했다

드디어 나를 처음 부르는구나

반갑고 대견스럽고 너무 기뻣다

언어는 이렇게 하는거라고

가르치기나 하듯하여

정말 신비스러웠다

아따부지 뭐뭐뭐 이런다

할아버지가 원래 하늘에 등록된 단어는

아따부지였다

그걸 읽어 낸 천재 손자

하늘의 언어를 우린 잃은지 오래다

세상 격정 속에서 억세고 바래고 잘리고

무디어지고 앙칼진 단어를 사전에다

등록하여 놓고 갖다 놓고 배워 말한다

그러니 말에 흠이 많고 딱딱하고 굳어지고

엉켜진 단어들만 돌아 다니지 않는가

하늘의 언어를 배우고 익힌다면 세상은

밝아지고 아이처럼 순수함이 없어지지 않고

오래 보존이 될 것이다

손자야 너는 이 할아버지를 영원히 하늘에

등록된 사전에 쓰인대로

아따부지로 불러다오

그게 얼마나 훌륭한 단어이냐

나는 할아버지가 아니다

아따부지 아따부지란다

커서도 아따부지 하자구나

귀엽고 사랑스런 내 손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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