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입추 소나기

마음의행로 2015. 8. 12. 15:44

요즘 계절이 꼭 인생같다

봄 가을은 짧아지고

여름 겨울은 길어지듯

소년기 중년기는 짧이지고

청년기와 노년기는 길어졌다

생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나오는 현상이다

얼음을 물고 나오듯 여름을 콱깨고

입추가 나왔다

수정같이 차가움의 맛을 조석으로 느끼게 하여 준다

숨 쉬기조차 힘든 시간을

사는 맛이란

이런거야 라고 하며 입추가 보여 준다

여름에는 개고생이지만

가을에는 소금뿌려진 바구리에

버큼을 물고 요동치는 미꾸리들의 난리이다

대구에서는 고등어로 추어탕을 만들어 먹는다고 했다

옆집 사시던 아주머님께서 그게 더 맛있어요

히신 기억이 새롭게 떠오른다

미꾸리는 조금, 양념은 가득하다 보니

추어탕의 진실한 맛은 사실 온데간데 없어졌다

고등어 추어탕이 오히려 더 맛 있다함은

거짓이 아닌 진실이 되었다

가락시장에 가서 미꾸리를 사면

국내산 양식과 자연산이 있고

중국산은 모두 양식이다

자연산은 양식보다 두 배가 비싸고 중국산보다는

2.5 배가 비싸다

중국산이나 국내산 양식은 추어탕을 하여도

옛 맛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미꾸리를 마무리 많이 넣어도 그렇다

고등어 추어탕 절반에도 못 미친다

자연산은 좀 다르다

맛이 옛처럼에 미치지 못하지만

추어탕의 진짜 맛을 엿볼 수 있다

남자들이 이걸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추남이 되고 싶어서이다

말이 보양식이지 남자의 힘을 붓돋게 하는 뭐가 있다

여자는 붕어탕 남자는 추어탕이 좋다

손자를 유모차에 데리고 낮은 산을 어제 찾았다

제법 서늘하여 손자가 신이 났다

점심을 두시에 먹고 나자 바로 소나기가

쏱아졌다

옛 시골 집에서는 소나기가 오면

마당에 물이 찼다 이 때쯤이면

꼭 미꾸리가 나타나서 마당을 돌아다녔다

미꾸리가 하늘에서 떨어진다고들 했다

큰 우산으로 셋이서 받고 내러오는데

손자는 두발로 통게 통게하며

손을 우산 밖으로 내밀어 비를 잡으며 신이 나게 좋아했다

아마도 처음 맞아보는 큰 비일 것이다

황순원의 소나기는 아니지만

우산속 유모차 안에 싹트는 할미 할배 손자의

사랑은 오래 기억에 남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이 여름의 맛은 이걸로 끝을 보여주나 싶다

이젠 여름이 가을로 바톤을 넘겨 준 셈이다

우리 부부도 사랑의 바톤을

자식 건너 뛰어

손자에게 소낙비처럼 넘겨 주리라

봄이 여름건너 벌써 가을을 잉태하듯....

이 가을에 손자가 충실한 몸으로 더 건강하게

잘 자라 주기를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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