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3천원에 빌린 너

마음의행로 2014. 3. 9. 04:07

  한강 변 자전거 대여소에서 나는 너를 빌렸지

이 모양 저 모양, 크기도 보고, 떼깔도 보고, 맵시도 보고

마치 9월이라

뭉게 구름 바람도 제법 가을 폼을 입으려 하고

비리한 물 냄새, 억새풀, 건들거리는 갈대 숲

서로 빗겨가는 비슷하게 생긴 녀석들

언덕에서 대 숨 몰아쉬다가

내리막에 휘파람이다

혼자가기 싫어,

아니 한 길을 가겠다고 앞 뒤 앉아 패달을 돌리는 한 쌍

바람은 내 땀을 다 날리지 못하고

엉덩이는 바짝 긴장 되어 꼿꼿하다

무릎이 좀 쉬어가잔다.

그래 네가 고생이 많았을게다

문득 하늘 저쪽에서

고향 냇가를 건너다가 돌에 걸려 너와 같이 넘어져 

등 뒤 책 보따리가 젖고

수 없이 얹혀지는 고민에 억눌렀던 초등생 나를 본다

   

그때로부터

나는 얼마를 달려 왔나

학창의 길, 결혼의 길, 직장의 길...

그리고 지금의 길

바람이 쓱 지나간다

그리고 나를 깨운다

그립다 그 날 그 길들이여

 

나는 왔던 길로 돌려 바퀴를 돌린다

보이는 풍경이 가볍게 보이고 지나가는 시간이 쉬이 간다.

태양은 어느덧 63빌딩 언저리에 있다

강물은 얼굴에 크림을 문질러 놓은듯 번들 거린다.

열기는 서서이 내리고

두 바퀴도 천.천.히.... 천. 천.히

나는 3천원에 빌린 너를 반납했다

순간 너를 쫙 살펴보는 아저씨

 

그리고 나는 속으로 중얼 거렸다

 "그래 두 바퀴가 축으로 돌았었지

  뒤에서는 돌리고 앞 선 너의 굴렁쇠는 방향을 잡고

  빠르고 느리고

  이 쪽 저 쪽으로

  위험하면 브레이크, 힘들면 길가에 너를 세우고

  길 길 길

  너는 나를 오늘 좋은 길로 안내를 해 주었지

  회상의 길로....

  나도 내 것이 아닐 것이요

  언제인가 반납을 할 때가 이르리니 

  내가 너와 다른게 무엇이 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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