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새벽녁에는 공기가 다소 서늘해진 느낌이 다가 온다.
한 여름을 보내려고 그러게도 펼쳐 놓았던 가지와 푸른 잎사귀들,
이제는 더 이상 새로운 가지나 잎사귀를 만들지 않는다는 가을을 알리는 입추가 지났다.
땡볕같은 한낮이면 다행이도 매미들이 날아와 온 몸의 힘을 모아 양 날개를 펴 날개짓 부채를 흔들어 주니
이 여름을 나무들은 시원하게 보낼 수가 있는 모양이다.
뜨거운 열대 지방에는 나무들의 나이테가 없다는데 우리 강산은
한 여름 지나면 서서히 어른이 되는 나이테를 하나 더 만들어 줄 것이다.
산에는 나무들이 큰 숲을 이루어 바람결에 잎사귀 등을 허옇게 드러내고
산을 넘는 물결을 이루어 놓는다.
그들은 올해도 그랬고 내년에도 그럴 것이 그들의 자리를 산등성이에다 지켜낼 것이다.
그리고 또 가지를 치고, 잎을 키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그리고 가을을 당당히 만나고 겨울을 굳세게 지켜 낼 것이다.
나의 인생이 그리도 큰 것인가 하면 하나의 나무에 불과하다 싶다.
신이 사람을 생각하는 갈대로 만들어 놓으셔서 그러한지
이 세상에 태어났으니 뭔가를 해야 하고, 또 뭔가를 남겨야 한다는
이런 강박 관념에 얽혀 있다가 그만 우리의 끝이 나버리는 것은 아닌지 ...
우리의 나이가 들수록 고독해지고 쓸쓸하고 외로워 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똑 같이 깨당벗고 어머니 뱃 속에서 나왔고,
주어진 것도 다 같다.
누구라고 코가 둘이 아니요 입이 둘이 아니다.
먼저 내 몸을 건강하게 지켜 나가고, 밝은 표정의 얼굴을 만들어야 하고,
영혼이 깃든 맑은 눈을 만들어 가고, 좋은 말을 가진 입을 유지해야 하며,
두 손과 발은 땀 흘려 열심이 수고하고, 세상의 지식으로 남을 돕는데 활용하고,
그래서 좋은 가정 이루게 하고, 깊은 인생의 맛을 느끼게 하는,
그런 인격을 갖는 인생을 살아가는
한 구루의 나무 인생같이
자연에 순응하며 살면서도 자기 자리 지키고 책임 다 하는
인생을 살아가리라...
저 숲의 나무들을 보니 조용한 다짐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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