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아차산 솔밭

마음의행로 2012. 8. 3. 14:04

  고구려의 기상을 앞세워 구와 시의 자랑거리인 아차산은 서울과 구리시 사이에 있다.

아주 나즈막 하면서도 숲도 우거져 있고 물도 많아 많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요즈음 처럼 여름철이 되면 밤 등산객도 참 많다.

대 부분 가족들이 간단한 먹거리를 들고 오르는 사람들이고,

등을 따스웁게 하려고 넓다란 바위에서 수건 깔고 눕기를 즐기는 여성들도 많다.

아마 족히 가로세로 350m 정도나 되는 바위가 비스듬히 깔려 있어 보기 드문 산이다. 

낮에는 일반 시민 수 천명이 이 산을 즐겨 찾는다.

삼국시대에는 고구려가 이 곳에 진을 치고 한강 바로 너머에 있는 백제를 넘겨다 보고 있었다.

강만 아니었더면 한 숨에 달려 갔겠지만 한강이 원수였을거다.

백제는 약 300m 되는 위치에서 내려다 보고 있는 고구려가 너무 부담스럽지 않았겠나 싶다. 

 

이 산의 특징은 약수터가 많은 점이다. 내가 아는 것만해도 10개는 된다.

가만히 들여다 보니 이 산의 바위는 오래되어 비를 빨아들일 수 있는 정도로 삭아 있는 것들로 되어 있다.

그러니 그 바위 흙이 빨아들인 물을 천천히 내 보내니 지하에 물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관악산을 가 보면 그 높은 산에 비해 약수터가 두군데 밖에 없다.

바위가 딱딱하여 비가 오면 그대로 흘려 보내고 말기에 산이 물을 품을 수가 없는 것이다.

산이 낮고 푸르고 공기 좋고 물 좋으니 이만하면 서울 근교 산으로 자랑할 만 한 산인 것이다.

특히 좋아하는 코스는 워커힐 가기 직전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 코스로 조금만 빠르게 간다면

높은산 등정의 맛을 볼 수도 있다.

조금 오르면 고구려 산성에 오른쪽에 버티고 있고 더 지나서 대성암이란 조그마한 암자가 있는데

그곳까지 주로 가게 된다.

암자 바로 아래 밑쪽으로는 소나무 숲이 있는데 이 곳은 꽤 많은 사람이 즐겨 하는 곳이다.

솔 숲의 바람과 그늘에 있으면 서울 생활의 근심을 다 잊을 수가 있다.

원래 소나무 아래서는 나무나 풀들이 자라지를 않는다.

반대로 소나무는 그늘에서는 절대 자라지 못하고 죽는다.  

그 소나무 숲 밑은 바위나 모래로 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앉아서 놀 수 있도록 조그맣게 네모지게 파 놓은 곳들이 많다.

여기 와서 편히 하루를 쉬고 가곤 한다.

동네 아주머님들이 독차지 하고 있는 소나무 숲은 인기가 많아 자리 잡기가 어렵다.

대성암은 의상대사께서 수행을 하신 곳이기도 한데 큰 바위 밑에 지어져 있어 절터로 알맞는 곳으로 보인다.

이 바위에 작은 구멍이 있어 매일 쌀이 조금씩 나와 수행을 하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하였는데

욕심이 난 어떤 사람이 구멍을 크게 하면 더 많은 쌀을 얻을 것으로 판단하여 구멍을 넓혔더니

쌀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는 전설이 있다.

먹을 만치면 족한 것을 욕심을 내니 그러하지 않았겠는가?

대사님께서 욕심을 버리라고 보여 주신것이 아닌가 생각을 하니

이 작은 암자에서 불심을 얻고 가게 된다.

4년동안 중국 동포 여자 분이 이 사찰을 돌보다가 간적도 있다.

한달에 백만원씩 받고 관리를 맡은 셈인데 일도 적고 공기 좋은 곳에서 잘 했다 싶어진다.

이 분이 하는 일 중에 큰 일은 매일 약수터에서 큰 물통으로 두개를 갖다 나르는 일이었다.

옛날에는 이 암자에 물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물이 끊어져 먹고 씻는데 이 물을 사용을 한다.

엊그제 바위 밑을 파서 넓다랗게 만든 곳에 물이 빠져 나가지 아니하도록 방수 처리를 하였는데

비가 오니 바위 틈 사이로 물이 나온 것을 받아 모으니 1m 정도의 깊이로 물이 받아져 있어

생활하기에 불편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산 바람은 오전에서 오후 4시경까지는 산 아래서 산 위로 불어 온다.

한강을 지나 아차산으로 들어선 바람은 열기를 식히고 소나무 상수리 나무 사이를 훔치고 계곡을 올라와 등산객에 나누어 준다. 

시간이 지나고 오후 한참 지나면 바람은 산 꼭대기에서 아랫쪽으로 불어 내린다.

4시쯤 지나면 바람의 방향이 달라지기 시작을 한다.

산 가까이서 사는 사람은 이를 잘 알고 있다.

소나무 밭의 묘미는

해가 소나무 밭은 떠나고 산 그림자가 주변을 덮어 갈 무렵 소나무는 다른 호흡을 시작을 하면서 시작을 한다.

낮 동안 그 가슴에 담아 놓았던 산소를 풀어 놓기 시작을 하게 되는 것이다.

천년의 비밀을 내 놓는 것 처럼 일제히 그 몸의 향을 함께 쏱아 내어 보낸다.

아마 그 시간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는 것 같다.

등산객이 거의 떠나갈 무렵이 좋은 시간이다.

이 공간에서 비밀스런 솔향을 마시며

온 몸을 산화 시키려는 듯 큰 숨을 들이키고 내 쉰다.

가슴속 허파가 갑자기 살아 움직인다. 세포들이 춤을 춘다.

먼 나라의 이야기가 현실화 되어 간다.  서울속 소나무 동화를 쓰고 있다.

그리고 외침이 있다. "우린 자연인이다" 라고   

산 바람은 그 서늘한 바람을 마을 골고루 내려 준다. 뼈 속으로 스며드는 그 신선하고 시원한 맛은 산 동네 사람들의 몫이 된다. 

고구려 기상이 보이고 물을 가득 품고 사는 峨嵯山, 글자마다 뫼 山자가 모두 들어 있는 특이한 이름의 산,

등산의 맛을 주고 숲과 공기와 물로써 시민들의 마음을 치유까지 하여 주는 산이 서울에 있다는게 복이 아닐 수 없다.

아차산의 솔밭에는 이런 비밀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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